[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군인이 2층 계단에서 뛰어내려 부상을 당한 경우 그것이 군복무 중 스트레스로 발병한 정신분열로 인한 것이라면 '자해행위'로 볼 수 없어 국가유공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명모씨(25)가 수원보훈지청장을 상대로 낸 국가유공자 등록 거부처분 취소청구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먼저 판결문에서 "원고의 정신분열병은 입대 전 별다른 정신질환 증세가 없던 원고가 군 입대 후 병영생활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상태에서 동료 및 상급자들의 구박 및 질책과 구타행위로 인해 감내하지 못할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은 결과 정신질환적 소인이 악화되어 비로소 발병하게 된 것"이라며 "정신질환과 원고의 군 복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의 부상은 원고가 혼자 계단에서 뛰어 내려 발병한 것이지만 원고의 투신행위는 군 복무 중 직무수행과 관련해 발병한 정신분열병의 발현으로 인해 정상적이고 자유로운 의지의 범위를 벗어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국가유공자법 4조 5항 4호에 정한 '자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같은 취지에서 판단한 원심의 판단은 옳다"고 판시했다.
명씨는 2005년 10월 해군에 입대한 뒤 상급자의 가혹행위 등으로 인해 불안장애, 적응장애, 비기질적 정신병 등이 발병한 뒤 부대 막사에 있는 높이 5m 55cm 정도의 2층계단에서 혼자 투신해 허리와 다리를 크게 다쳤다.
명씨는 전역후 국가유공자 등록 신청을 냈으나 보훈지청에서는 "병상일지 상 사고 원인을 장난치다가 떨어진 것으로 본인이 진술했고, 이는 직무수행으로 볼 수 없는 사적인 행위가 원인이 된 부상으로 국가유공자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거절했다. 이에 명씨가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명씨의 정신질환 발병과 군복무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고 투신행위도 정신질환으로 인한 자유로운 의지가 완전히 배제된 상태에서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명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명씨가 근무하던 당시 구타·가혹행위가 있었고 이로 인해 정신질환이 발생했으며, 투신행위도 이런 정신질환이 원인이 된 만큼 자해행위로 볼 수 없다"며 명씨의 청구를 받아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