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정수장학회 전신인 부일장학회의 故김지태 회장 유족들이 낸 주식반환 청구소송에 대한 판결은 전형적인 전관예우 판결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이춘석 민주통합당 의원은 19일 서울고법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정수장학회 판결은 현재 사법부가 안고 있는 고질적 문제인 전관예우 의혹이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실명을 밝히지 않겠다"고 전제한 뒤 "당시 정수장학회의 대리인 중에는 사건 직전까지 대법관을 지낸 분과 고법부장판사로 근무했다가 퇴직한 변호사,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가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이 지적한 대법관 출신 변호사는 2009년 9월 퇴임한 김용담 전 대법관이다. 고법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허만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다. 허 변호사는 2010년 2월 변호사로 개업했다.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도 허 변호사와 같은 시기에 개업했다.
이들 모두 법무법인 세종 출신으로 '정수장학회 주식반환청구소송'에서 세종이 정수장학회를 대리했다. 이 사건에는 김 전 대법관과 허 전 고법부장판사 외에 4명이 더 대리하고 있다. 세종의 고문변호사도 대리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 의원은 "정수장학회 사건이 접수된 날은 2010년 6월3일이다. 이분들이 퇴임한 2009년, 2010년에 옷을 벗고 마지막으로 근무한 중앙지법의 사건을 수임했다"며 "드림팀을 구성하려고 해도 이렇게 하는 게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국민들이 보기에는 대단한 사람들이 수임을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전관예우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며 "전관예우금지법 시행 이전이라 문제가 되지 않겠다고 할 수 있겠지만 시행 직전이라 전관예우가 더 크다"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또 이성보 서울중앙지법원장에게 "정수장학회 판결을 본적이 있느냐"고 물은 뒤 "판결을 보면 정수장학회 측에서 '제척기간이 소멸했기 때문에 권리주장을 할 수 없다'고 주장한 이유가 판결취지와 정확히 일치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수장학회를 대리한 대법관 출신 변호사는 아이러니 하게도 법원에 재직하실 때 '사법60주년 기념 법원사'를 기획한 분"이라며 "과거사를 반성한다는 취지의 기획을 하신 분이 논란의 여지가 있는 정수장학회 변호 맡았다. 이 사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이 법원장에게 물었다.
이에 대해 이 법원장은 "대리인이 누구냐에 따라 사건이 영향을 받는 일은 없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당시 정수장학회측 대리인단의 주장은 '김씨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먼저 헌납하겠다고 결정했다'는 것으로, 과거사진실규명위원회 등에서 강압적인 협박이 있었다고 낸 조사결론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라며 "법원에 계실 때 사법부가 과거를 반성하겠다며 기획사를 만드신 분이 밖에 나가서 반대되는 주장을 펴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