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곡동 특검, 검찰이 주저한 '배임' 혐의 적용할까?

입력 : 2012-10-29 오후 5:49:00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 실무를 맡았던 김태환 전 청와대 직원이 30일 특검에 재소환 돼 조사를 받는다.
 
지난 18일에 이어 피의자 신분으로 두 번째 소환되는 김씨는 사저 부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경호처가 내야 할 매입대금을 비싸게 산정토록 함으로써 업무상 배임혐의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여기에 지난 25일 특검에 소환조사를 받은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가 종전의 검찰진술을 뒤엎고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을 자신이 주도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면서 특검은 부동산실명제법 위반보다는 배임죄 적용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먼저 김씨의 경우 업무상 배임혐의가 드러나면 그 이득을 본 사람에 대해서도 수사가 불가피하다. 배임의 공모 내지는 교사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일 최교일 서울중앙지검장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씨의 행위는 형식적으로 보면 배임으로 볼 수도 있다"며 "그렇다면 김씨를 기소해야 하는데 배임에 따른 이익 귀속자가 대통령일가가 된다"고 말해 파문을 부른 적이 있다.
 
또 김 씨가 사저동과 경호동 땅값을 산정하는 데에도 구체적인 평가기준이 없었던 것으로 검찰조사에서 밝혀졌다. 검찰은 수사 당시 김씨에게 배임의 고의가 없다고 결론 내고 무혐의 처분 하면서도 감사원에 통보해 조사토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특검은 30일 김씨를 상대로 이 부분을 집중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 조사결과 김씨에게 배임혐의가 밝혀지면 최 지검장 말대로 대통령 일가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해진다.
 
특검은 시형씨에 대해서도 그동안 무게를 뒀던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에서 배임혐의로 수사의 초점을 옮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시형씨는 검찰에 제출한 서면답변서에서 "아버지가 '네 명의로 먼저 땅을 산 다음 사저 건립이 마무리되면 (나에게) 되파는 게 좋겠다'는 말을 듣고 승낙한 다음 아버지에게 들은 대로 매입대금을 마련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특검 수사 직전까지도 "아버지가 말한 대로 했을 뿐이다. 매입대금을 운반한 외에는 아무것도 관여하지 않았다"고 지인에게 털어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특검 조사에서는 말을 바꿔 "사저 부지를 매입하는 방안을 두고 아버지와 상의한 끝에 내 명의로 땅을 샀다. 돈을 빌린 것도 내가 결정한 것이고, 어머니 땅을 담보로 대출받은 대금의 이자도 모두 내가 갚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특검 조사 당시 준비해갔던 증거자료도 자신이 사저부지를 진정으로 소유하려 했다는 것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시형씨의 진술 번복을 두고서는 그동안 강하게 제기됐던 부동산실명법 위반혐의를 벗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우세하다.
 
그동안 시형씨의 진술을 보면 이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자신의 명의를 빌려주고 땅을 구입했다는 것이 요지다.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해 "조사결과 김인종 전 청와대 경호처장이 건의한 것으로, 역대 대통령 사저를 매입할 때 경호동이 들어가는 것을 알면 매도인이 지가보다 5배나 비싸게 불렀기 때문에 시형씨 명의로 사는 것이 좋겠다고 말해 받아들여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시형씨가 대통령인 아버지의 사저와 경호동을 매입하는 사무를 국가로부터 위탁받게 된 셈이다. 사저와 경호부지가 공동소유 형태로 지분이 섞여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렇게 되면 시형씨는 사저부지를 매입하면서 경호처, 즉 국가로 하여금 땅을 비싸게 사도록 함으로써 손해를 입힌 셈이다. 또 그 차액만큼 자신에게 이득이 생기는 것으로 배임혐의가 성립될 가능성이 높다. 특검도 이 점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김씨와 관련해서도 시형씨에게 배임혐의가 성립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신의 주도로 실무자인 김씨가 사저부지를 비싼 가격으로 매입했다면 업무상 배임의 공범 내지는 방조나 교사범 성립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시형씨가 특검 소환에서 번복한 진술이 이 대통령의 부동산실명법 연루 가능성을 피하게 했는지는 모르지만 자신의 혐의는 더욱 키운 셈이다.
 
한편, 14시간이 넘는 특검 소환조사에서 '억울한 점이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시형씨는 '억울한 점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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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