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임명 검찰총장 3명 모두 불명예 퇴진

인사방식 문제 반복.."꾸짖기만 하고 책임 회피" 비판도

입력 : 2012-11-30 오후 3:44:02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한상대 검찰총장이 30일 사퇴하면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퇴임한 역대 11번째 검찰총장이 됐다.
 
특히 한 총장의 사퇴로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의 검찰총장 3명 모두 임명도 되기 전에 낙마하거나 임기 2년을 채우지 못하고 중도 사퇴하는 기록을 남겼다.
 
전임 전부에서 임명된 임채진 전 검찰총장이 현 정부 들어 중도 하차한 것까지 포함하면 총 4명인 셈이다.
 
◇이 대통령 검찰총장 인사방식 문제 있어
 
이 때문에 이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방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오래 전부터 나오고 있다.
 
임채진 36대 총장은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7년 11월24일 전임 정상명 총장의 임기만료로 임명됐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박연차 게이트 사건 수사 중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면서 여론이 악화되자 2009년 6월 임기만료 5개월 전에 사임했다.
 
이어 임 전 총장의 후임으로 천성관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명됐다. 당시 천 전 지검장에 대한 지명은 '기수파괴'라는 파격적인 인사단행이었다. 그러나 천 전 지검장은 청문회 중 각종 비리의혹이 불거지면서 2009년 7월 자진사퇴했다. 검찰총장 중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한 첫 사례가 됐다.
 
천 전 지검장은 모 기업가로부터 아파트 매입자금을 빌리고 해외동반 골프여행을 떠나면서 대가성 의혹이 제기됐다. 산업기능요원으로 근무하던 아들이 연봉을 초과해 신용카드를 사용하고도 잔고가 오히려 늘어 난 점도 문제가 됐다. 오랫동안 스폰서를 받아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천성관 총장 후보자 '비리의혹' 낙마
 
인사청문회에서 한 야당 의원은 "검찰총장이 될 거란 생각을 못하고 처신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에 총체적인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됐고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정동기 수석이 책임을 진다며 사퇴했다.
 
37대 검찰총장으로 임명된 김준규 총장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검찰을 떠났다. 검경수사권 조정 문제에 대한 합의가 지연되면서 검찰 외부는 물론 내부에서도 공격을 받던 김 전 총장은 내외부 반발에 책임을 지겠다며 임기만료일을 40여일 남겨둔 채 사퇴했다.
 
그 뒤를 이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있던 한상대 총장이 38대 검찰총장으로 취임했다. 한 총장은 인사청문회 전부터 제기된 여러 의혹에 대비해 리허설까지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탔다.
 
그러나 막상 청문회가 시작되면서 병역의무 회피, 부동산 투기 의혹, 수사 중인 SK그룹과의 친분 등으로 곤욕을 치렀다. 인사청문회 중 결백을 주장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한 그는 "검찰의 수장이 되시겠다는 분이 공적인 자리에서 눈물을 보이면 되겠느냐"는 야당의원의 질타도 받았다.
 
◇한상대 총장 임명은 '보험용'
 
특히 한 총장에 대한 인사는 이 대통령의 '보험용'이라는 말이 법조계에서 돌았다. 당시 한 총장과 경합했던 후보는 차동민 전 서울고검장이었다. 차 전 고검장은 한 총장보다 사법시험을 한해 빨리 합격했지만 사법연수원 13기 동기다.
 
그 때 법조계에서는 한 총장보다는 차 전 고검장을 차기 총장으로 점치는 사람이 조금 더 많았다. 기획력과 특수수사 경험이 많았지만 무엇보다도 임 전 총장이 사퇴한 뒤 대검차장으로 2개월 동안 검찰을 이끈 경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고려대 출신인 한 총장을 지명했다. 리더십과 조직장악력을 더 높게 봤다는 게 공식적인 이유였지만 동문을 임명함으로써 정권 말기를 맡겨보자는 이 대통령의 뜻이 강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한 총장은 검찰 '역대 최대 검사비리사건', '역대 최초 부장검사 구속', '역대 최초 검사실 성추문 사건', '역대 최초 중수부장 감찰사건', '역대 초유 검찰총장-중수부장 공개 격돌' 등 역사상 여러 불명예스런 기록을 세우고 검찰을 떠났다. 그것도 자발적이 아닌 부하 또는 후배검사들의 사퇴촉구가 주된 이유다.
 
수사 면에서도 여러 흠을 남겼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내곡동 사저부지 부당매입 의혹 사건' 등 청와대 관련사건이 부실수사로 알려지면서 특별검사에, 국정조사라는 결과까지 불렀다. 그나마 중수부 수사로 이상득, 최시중 등 이 대통령 측근을 구속기소한 것이 나름 성과다.
 
한 총장이 막판까지 버티다가 검사들의 집단 움직임에 못이겨 29일 '신임'을 묻기 위한 사표를 내면서 이 대통령에게 손을 내밀었지만 이 대통령이 한 총장을 지켜주기에는 사태가 너무 악화됐다.
 
◇MB, 검찰 비판하며 자기반성은 없어
 
결국 한 총장은 자신의 신임을 묻는 방식을 포기하고 사퇴를 선택하고 사표를 냈고, 이 대통령을 사표를 수리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보여준 최근 일련의 사태는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국민의 신뢰를 잃게 했다는 점에서 매우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검찰을 꾸짖었다.
 
이어 "한상대 검찰총장이 책임을 지고 퇴진하는 것을 계기로 삼아 검찰은 철저한 자기반성을 토대로 시대에 맞는 개혁을 추진하는 것만이 국가발전에 도움이 되고, 검찰 스스로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검찰총장을 임명한 이 대통령 자신에 대한 반성이나 사과는 전혀 없었다. 더구나 검찰 내부의 진흙탕 싸움이 전개되는 동안 무대책으로 일관했던 정진영 민정수석과 권재진 법무부장관에 대한 질책도 없었다.
 
이에 대해 검찰총장을 비롯해 검사들의 임면권자인 대통령이 이번 사태에 '일말의 책임'이라도 인정하고 국민에게 사과하는 태도를 보였어야 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때문에 이번 검찰 사태는 이 대통령의 인사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기존 비판에 더 해 '책임 부재'라는 비판까지 얹게 된 사례로 남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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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