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혜진기자]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한국거래소의 공공기관 지정 해제 이슈도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다만 거래소가 공공기관에서 해제되고 신생 거래소의 설립이 가능해지더라도 당초 명분으로 내세웠던 '경쟁을 통한 발전'이 가능할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박근혜 당선자는 대선을 앞둔 지난 12일 한국지역언론인클럽(KLJC)과의 인터뷰에서 "한국거래소가 해외거래소와 전략적으로 제휴하거나 인수합병(M&A)을 통해 글로벌 거래소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거래소를 공공기관에서 해제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8일 대선을 앞두고 거래소를 방문한 박근혜 당선자
지난 18일 자본시장통합법 개정안에 대해 박 당선자가 우호적인 답변을 한 것도 거래소가 공공기관에서 해제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자통법 개정안에는 대체거래소(ATS)를 도입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는데 이 항목은 거래소의 공공기관 해제와도 연관된다.
현행 자본시장통합법 제386조에는 '거래소가 아닌 자는 유가증권시장, 코스닥시장, 파생상품시장과 유사한 시설을 개설해 증권 또는 장내파생상품의 매매 거래를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공공기관으로서의 시장 독점을 명시한 조항이다.
따라서 자통법이 개정돼 다양한 대체거래소의 설립이 가능해지면 거래소가 공공기관에서 해제될 근거도 마련된다.
김종수 거래소 노조위원장은 "박 당선인은 원칙과 신뢰를 중요하게 여기시는 분"이라며 "머지 않아 거래소에도 관련 조치가 내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환영했다.
'공공기관 해제'는 거래소의 숙원사업 중 하나다. 거래소는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
정부 지분이 전무한 거래소가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것은 MB정부가 추천한 이사장 후보를 거부한 데 따른 '정치적 보복'이라고 거래소 측은 주장하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원래 MB정권이 그 쪽 인사를 이사장으로 앉히려고 했는데 우리 쪽 후보추천위원회에서 거부했다"며 "이후 MB정부는 기관의 공적인 성격을 이유로 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했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후 거래소는 매년 국정감사를 받는 등 정부의 직간접적인 규제를 받았다. 각종 규제로 거래소의 경쟁력과 업무 효율성이 저해되고 있다는 점이 거래소가 공공기관 해제를 주장하는 이유다.
자통법 개정안이 통과돼 대체거래소 설립이 허가되고, 한국거래소가 공공기관에서 해제되면 다양한 거래소 간의 경쟁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거래소 측은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김봉수 이사장은 올해 초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자본시장법이 개정되면 대체거래시스템과 거래소 허가제가 도입돼 국내 거래소 시장도 경쟁체제로 전환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거래소가 공공기관에서 해제되고 다른 거래소의 설립이 허용되더라도 진정한 의미의 '경쟁'이 이뤄지기는 힘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장 아무 것도 검증되지 않은 신생 거래소에 상장할 기업들이 있을 것인지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현재까지 거래소는 독점을 통해 각종 인프라와 신뢰도를 구축해왔다. 시장을 이미 선점했다는 의미다. 이같은 상황에서 다른 신설 거래소가 입지를 다지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경쟁을 도입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지금까지 독보적이었던 거래소의 입지가 줄어들겠느냐"며 "기업들이 신생 거래소에서 상장을 하거나 다른 시스템을 이용해 거래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점 체제를 깨고 경쟁을 도입한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이는 공정성을 담보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 대표는 "단순히 규제를 덜 받으려는 목적에서 해제를 요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해제가 되더라도 '경쟁 도입'이라는 명분이 무용지물이 되지 않도록 제도의 정비를 전제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거래소 관계자는 "인터넷이 활성화되기 전 천리안이 PC통신 분야에서 독보적이었지만 지금은 사용자가 아예 없지 않느냐"며 "물론 시장 선점 효과는 있겠지만 결국은 수요자들의 욕구를 얼마나 충족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