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교통사고를 당해 의식불명인 아들을 어머니가 보살핀 경우 그 비용을 며느리에게 청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혼인한 자녀의 경우 배우자가 1차 부양의무자이고 부모는 2차 부양의무자로 배우자가 부모보다 우선해서 부양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첫 판결이어서 주목된다.
◇대법원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교통사고를 당해 의식불명 상태에 있는 아들을 부양한 어머니 정 모씨(67)가 며느리 허 모씨(41)를 상대로 낸 구상금청구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30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부부간의 상호부양의무는 부부가 서로 같은 정도의 공동생활을 유지해야 하는 혼인관계의 본질적 의무인 반면, 부모의 성년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는 부모의 생활에 여유가 있고 자녀가 스스로의 능력으로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때에 한해 자녀의 생활을 지원할 의무"라며 "혼인한 자녀의 경우 자녀의 배우자가 1차 부양의무자이고, 혼인한 자녀의 부모는 2차 부양의무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1차 부양의무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2차 부양의무자보다 우선해 부양의무를 부담하므로 2차 부양의무자가 부양한 경우에는 1차 부양의무자에게 자신이 지출한 부양료 중 1차 부양의무자가 부담했어야 할 부양료의 상환(반환)을 민사소송으로 구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이런 경우에도 "부부간에서도 상대방 배우자에게 부양을 청구했음에도 상대방이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만 부양료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며 "혼인한 자녀의 부모가 자녀의 배우자를 상대로 부양료의 상환을 청구하는 것도 자녀의 배우자에게 부양의무 이행을 청구했음에도 부양하지 않았거나 부양의무의 성질이나 형평상 부양료 상환을 허용해야 할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에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정씨의 아들 안 모씨는 2006년 11월 교통사고를 당해 머리를 크게 다친 뒤 의식저하 및 전신마비 상태로 치료를 받아왔다. 아내인 허씨는 그러나 일정기간 남편을 간호하다가 중단했으며 이후 간호를 정씨가 도맡아왔다.
정씨는 아들의 사고로 보험금 8000만원을 받아 병원비로 지급했으나 병원비가 모두 1억6400여만원에 이르자 나머지 금액 8400여만원을 부담할 것을 허씨에게 요구했으나 허씨가 이를 거절하자 소송을 냈다.
1, 2심 재판부는 그러나 허씨가 배우자라는 이유만으로는 어머니인 정씨보다 선순위의 부양의무자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정씨의 청구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