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증거인멸이 우려되는 범죄 혐의자의 이메일을 사전 통지 없이 압수수색 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이모씨 등 3명이 "'급속을 요하는 때' 사전 통지 없이 이메일을 압수수색이 가능토록 한 형사소송법 해당 조항은 헌법에 위반"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6일 밝혔다.
◇헌법재판소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해당 조항에 정한 '급속을 요하는 때'란 압수수색 집행사실을 피의자에게 미리 통지해 줄 경우 증거를 인멸하거나 훼손하여 압수수색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되는 때를 의미하는 것으로 합리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그와 같이 압수수색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되는 경우를 구체적·세부적으로 나열하는 것은 압수수색 집행과 관련하여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사실관계에 비추어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해당 조항이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전자우편상의 정보가 제3자인 인터넷서비스제공자의 서버에 저장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가입자의 내용 수정이나 삭제, 탈퇴로 그 정보가 은닉·멸실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이를 기술적으로 복구할 수 있더라도 서버의 반출을 집행방법으로 명시한 별도의 영장을 필요로 할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일반 가입자들의 권리 침해를 수반하게 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그러한 기술적 복구가능성만을 이유로 언제나 압수수색을 사전에 통지해만 압수수색 절차의 합리성과 정당성이 갖추어지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범죄혐의와 관련 없는 전자우편에 대한 압수수색에 대해서는 준항고를 제기하거나 형사사건에서 위법수집증거로서 부당성을 주장하는 방법으로 이를 다툴 수도 있다"며 "이는 위법한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을 억제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가장 효과적이고 확실한 대응책이므로 '급속을 요하는 때'를 판단하는 별도의 기관이나 절차를 규정하지 않았다고 해서 적법절차 원칙에 위배된 것으로도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씨 등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던 중 수사 당국이 사전통지 압수수색해 취득한 이메일을 증거로 제출하자 위법한 증거수집에 해당한다며 통지를 생략한 근거로 삼은 형사소송법 122조 단서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그러나 법원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2011년 9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