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의사가 자신의 질병을 직접 진찰한 뒤 치료목적으로 마약성분의 약물을 스스로 투약했더라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자신의 불면증 치료를 위해 환자명의로 마약성분이 함유된 약물을 처방해 스스로 투약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기소된 정신과의사 김모씨(44)에 대한 상고심에서 이 부분에 대한 원심의 유죄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1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의사가 자신의 질병을 직접 진찰하고 투약·치료하는 것을 의료행위가 아니라고 할 수 없고 구 의료법이 이를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도 않다"며 "마약류취급자인 의사가 마약 등을 오용이나 남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질병에 대한 치료 기타 의료 목적으로 그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투약 등을 하는 것은 허용된다"고 밝혔다.
이어 "의사 자신에 대한 마약 등의 투약이 의료 목적으로 그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그 처방전이 의사 자신이 아니라 제3자에 대한 것으로 발부되었더라도 그러한 처방전 발부에 대한 법적 책임은 별론으로 하고 그러한 사정만으로 이를 '업무 외의 목적'을 위한 투약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김씨는 자신의 불면증 치료를 위해 자신이 치료하던 환자명의로 마약성분 졸피뎀이 함유된 약물을 처방해 스스로 투약한 혐의로 기소됐으며, 이와 함께 환자를 치료하지 않고도 치료한 것으로 속여 요양급여 75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도 기소됐다.
김씨는 또 전화로 환자의 증상을 들은 뒤 처방전을 발행하는 방법으로 78회에 걸쳐 진찰료와 약제비 등을 청구해 요양급여 450여만원을 받아 가로챘으며, 진단을 하지 않고 가족들의 입원요구만을 듣고 환자를 자신이 운영하는 병원에 강제입원시킨 혐의, 허가 없이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한 혐의도 함께 받았다.
1심 재판부는 김씨의 유죄를 인정해 벌금 1500만원을 선고하고, 2심 재판부 역시 유죄를 인정했으나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범죄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감형, 벌금 13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