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손배소송 패소땐 최대 100만 달러 배상할 수도"

김영민 미국법학과 교수 "징벌적 배상 가능..실제 배상까지는 쉽지 않아"

입력 : 2013-05-15 오후 5:11:20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미국 순방 중 20대 한국계 미국인 여성인턴을 성추행한 윤창중 전 대변인은 민사상 얼마나 책임을 질까?
 
여성인턴 A씨가 윤 전 대변인을 상대로 성추행에 의한 정신적 피해배상 등 민사소송을 제기할 경우 미국 법원은 최대 100만달러까지의 배상책임을 인정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김영민 한림국제대학원 미국법학과 교수는 15일 "피해자가 받은 정신적 피해와 21세의 어린 나이인 점을 감안해 정신적 치료가 불가피하고, 향후 사회생활을 하는 데 상당기간 동안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런 점을 감안해 배심원들이 징벌적 배상평결을 내릴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적게는 30~50만달러, 많게는 100만달러의 배상평결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실제 미국에서 강간미수에 그친 사건에서 '민사상 불법행위에 기인한 정신적 피해'를 주장해, 정신적 피해에 대한 보상뿐만 아니라 '징벌적 배상'에 대한 배심원 평결을 받았던 사례가 있다"고 소개했다.
 
징벌적 배상(punitive damage)이란 민사재판에서 가해자의 행위가 악의적이고 반사회적일 경우 실제 손해액보다 훨씬 더 많은 손해배상을 하게 하는 제도다. 미국을 비롯해 여러 나라에서 인정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 제도를 도입하고 있지 않다.
 
김 교수는 "이번 사건의 경우 형사재판이 열린다면 쟁점은 경범죄인지 또는 중범죄인지가 쟁점이 될 것"이라며 "검사의 입장에서는 정황증거와 피해자의 증언만 있기 때문에 입증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윤 전 대변인이 한국 최고위직 공무원을 지낸 점과 한미 양국 관계 등을 고려할 때 윤 전 대변인 측에서는 검사와 사전형량조정이나 유죄인정협상으로 사건을 조기 종결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이어 "이 같은 형사절차상 문제로 피해자로서는 형사소송과 함께 민사소송을 제기해 피해를 배상받을 가능성이 더 크다"며 "비슷한 예로 O. J. 심슨 케이스에서 형사에서는 무죄였지만 민사소송에서는 패소해 심슨이 파산한 예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미국에서 윤 전 대변인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지라는 판결이 내려져도 국내에서의 집행에 다소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 법원이 판결로 미국법원 판결 내용에 대한 승인과 집행을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가 징벌적 배상제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집행상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김 교수의 판단이다.
 
실제로 가수 비가 2007년 하와이 공연 무산에 따라 징벌적 손해배상 판결을 받고 총 800만 달러의 평결을 받았는데 실제 집행과정에서는 양측의 협상을 통해 배상금을 줄인 사례가 있다.
 
김 교수는 또 "재판이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윤 전 대변인이 재산을 다른 사람의 소유로 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집행상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A씨가 윤 전 대변인과 같이 또는 별도로 우리 정부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그는 "피해자의 변호사들도 성범죄라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 거액의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외교적, 정치적 문제가 있기 때문에 우리 정부로서는 사전에 비공개 조건으로 합의를 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사진=곽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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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