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미국 오리건주에서 미승인 된 유전자변형(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밀이 발견되면서 그동안 표시제도 확대를 촉구했던 시민단체의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와 민주당 홍종학 의원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GMO와 소비자 알 권리' 2차 토론회를 개최했다.
홍 의원은 인사말에서 "오리건주에서 재배된 밀은 90% 이상 수출되고 지난해 우리나라가 미국에서 수입한 밀 120만톤의 19%가 이 지역에서 생산된 것"이라며 "이처럼 미승인된 GMO 밀이 유입됐을 가능성에 국민은 불안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식품에서는 단체급식 등에서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높고 작물간 교잡으로 인한 생태계 오염 등 농업 차원에서도 GMO 표시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시장 기능에 의해 소비자의 알 권리가 상당히 증진되고 있으나 국내는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달 31일 홍 의원을 비롯한 22명의 의원은 유전자재조합식품 표시제 개선을 위한 '식품위생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번에 발의된 개정안에는 원재료기준 GMO 표시, GMO 용어통일, GMO-Free 표시 도입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황선옥 소비자시민모임 부회장도 소비자가 정확한 정보를 통해 선택할 수 있도록 모든 제품에 GMO 표시를 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부회장은 "소비자는 더 안전하거나 맛이 좋거나 가격이 싸면 새로운 식품을 선택한다"며 "GMO 식품은 이러한 조건들을 충족하지 않고 오히려 위험성을 갖게 될 수 있으므로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완전히 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유전자재조합식품 등의 표시기준에서는 GMO DNA 또는 외래단백질이 식품에서 검출됐는지를 기준으로 원재료 사용함량 상위 5순위 이내 식품에 한해 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식품업계는 "원료 수입비용 상승, 시설비용 증대, 제조·유통비용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며 GMO 표시제 확대는 시기상조라고 맞대응해 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대부분의 과자, 두부, 두유 등 제품에 대해 제조업체들이 GMO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에 당장 표시제를 개선하더라도 생산비용이 크게 증가할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다.
한편,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는 지난달 8일 14개 식품업체의 과자 55개, 두부 30개, 두유 50개 등 총 135개의 제품을 대상으로 GMO 표시 여부를 조사한 결과 이를 표시한 제품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중 12개 업체의 108개 제품에 대해 GMO 사용 여부 확인을 요청했고 해당 업체는 대부분 제품에 Non-GMO 대두와 옥수수를 사용해 제품을 생산한다고 소명했다.
특히 삼육식품의 일부 제품에는 GMO 옥수수로 만든 옥배유(옥수수기름)가 사용됐지만 외래단백질이 검출되지 않는 기름을 사용해 현행법상 표시대상에서 제외됐다.
경실련 관계자는 "이는 유명무실한 현행 GMO 표시제의 문제점을 직접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소비자가 알고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위해서 표시제를 실질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입 후 1, 2, 3차 업체 간 가공·유통 과정을 거치면서 Non-GMO 보증이 일부 민간이 발급한 구분유통(관리)증명서와 공급업체 확약서 등의 서류로 이뤄져 있어 객관성 담보에 한계가 있었다"며 "이력추적제 등 허술한 GMO 원재료의 가공·유통 과정을 보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미국 오리건주의 미승인된 GMO 밀이 국내에 유입됐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국내 유통제품과 제조업체의 재고품을 대상으로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식약처는 이날 현재까지 미승인된 GMO 밀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으며 오는 5일 검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와 홍종학 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GMO와 소비자 알 권리' 2차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정해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