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미국 오리건주의 미승인 유전자재조합(GMO) 밀 논란 이후 국내에서도 관련 표시제 확대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식품업계의 저항이 만만치 않아 격론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는 9일 오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GMO와 소비자 알 권리' 3차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장진영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운영위원장의 사회로 경규항 세종대학교 식품공학과 교수, 김훈기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 교수, 윤종복 인그리디언코리아 SCM부문 상무, 하정철 한국소비자원 식의약안전팀 팀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우선 참석자들은 관계 부처에 따라 유전자변형, 유전자재조합, 유전자조작 등으로 다르게 사용되고 있는 용어를 통일하는 것에는 대체로 공감했다.
다만 식품업계에서는 소비자의 부정적 인식을 들어 중립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용어가 도입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옥수수 가공업체 인그리디언코리아의 윤종복 SCM부문 상무는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약 90%가 GMO를 잘 알지 못한다고 답했고 알더라도 유해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 바이오 원료, 생명공학 원료 등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외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GMO의 안정성에 관해서는 참석자들의 견해차가 크게 엇갈렸다.
하정철 팀장은 "현재 과학 수준으로는 GMO가 안전하다고 판단할 수 없으므로 국내에서도 평가 항목을 강화해야 한다"며 "개발사가 아닌 제3의 기관에 검사를 의뢰한 자료를 활용해야 논란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윤종복 상무는 "GMO가 유해하다는 가설이 있을 수 있고 일부의 실험결과가 있으므로 존중한다"면서 "다만 이는 국가별 인식 차이에 의한 것으로 미국과 중남미에서는 현재까지 안전하다는 견해가 대세"라고 반박했다.
미승인 GMO 밀이 미국에서 발견된 것과 관련 국내의 유통관리 체계도 논쟁의 대상이 됐다.
김훈기 교수는 "국내에 수입되지 않았더라도 어딘가에는 미승인 밀이 자라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며 "농부의 제보가 없었으면 발견하지 못할 정도로 관리가 현실적으로 어려우므로 최선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윤 상무는 "GMO 원료를 수입하기 전후에 식약처 본청과 지방청의 검사를 거쳐 유통되고 있다"며 "제품으로 생산된 이후에는 지자체의 승인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도 현행 GMO 표시제와 관련해 확대를 주장하는 의견과 이를 반대하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현행 유전자재조합식품 등의 표시기준에서는 GMO DNA 또는 외래단백질이 남아있는 식품을 대상으로 원재료 함량 상위 5순위 이내 식품에 한해 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 팀장은 "DNA나 단백질이 잔존하는 식품에만 표시하도록 한 제도는 초기에는 합리적이었다"며 "하지만 시행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 기능성을 강화한 GMO가 많이 늘어나면서 식약처의 기준이 개발 속도를 못 따라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주요 원재료 표시는 전 성분으로 확대해야 한다"며 "시험검사를 거친 표시제 역시 사후관리가 거의 불가능하므로 EU처럼 GMO가 원료로 사용됐는지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규항 교수는 "세계 어느 나라도 똑같은 GMO 표시제를 사용하지 않는다"며 "현행 제도에서 EU와 같은 방식으로 변경해야 한다면 당위성이 있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토론회 방청객으로 참석한 풀무원 관계자는 "표시제 확대는 시기상조로 완전한 이력추적제 시스템이 갖춰진 이후에 도입해야 한다"며 "GMO를 이용한 원료를 수입하는 경우에도 일일이 파악하기에 비용이 많이 든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5월 말 미국 오리건주에서 승인되지 않은 GMO 밀이 발견되면서 식약처가 두 차례의 검사를 진행한 결과 총 200여건의 밀과 밀가루에서 해당 밀이 검출되지 않았다.
이번 식약처 발표에 따라 국내 제분업계도 미국 내 미승인 GMO 밀 논란 직후 중단했던 밀 수입을 이달 초부터 재개했다.
◇9일 오전 국가인권위원회 8층 배움터에서 'GMO와 소비자 알 권리'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윤종복 인그리디언코리아 SCM부문 상무, 경규항 세종대학교 식품공학과 교수, 장진영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운영위원장, 김훈기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 교수, 하정철 한국소비자원 식의약안전팀 팀장. (사진제공=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