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기업 형사사건 봇물..물 만난 대형로펌 특수

기업총수들, 전관출신 개인변호사서 대형로펌으로 수임 전환
구속·징역 등 결과 따라 경쟁로펌에 빼앗기는 '굴욕' 당하기도

입력 : 2013-07-10 오전 9:35:46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CJ, 한화, SK 등 대기업 총수들이 잇따라 구속되거나 소송에서 연패하면서 로펌들이 특수를 누리고 있다.
 
그동안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비롯한 대형 로펌들은 얼마 전까지 전관출신의 개인변호사들에게 대기업 총수들의 형사사건을 죄다 빼앗기면서 체면을 구겼던 터다.
 
그러나 최근 의뢰인인 대기업 총수들이 연이어 중형 선고와 함께 법정 구속되면서 기업형사 사건 전면에 다시 대형로펌들이 부상하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대표적인 곳이 김앤장이다. 김앤장은 얼마 전 구속된 이재현 CJ그룹회장의 사건을 맡아 방어에 나서면서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박상길 전 대검 중수부장과 ‘칼잡이’로 유명한 남기춘 서울서부지검장 등이 전면에 등장하면서 위세를 과시했다. 부산지검 부부장 출신의 이병석 변호사는 이 회장의 검찰소환조사나 영장실질심사시에 항상 동행하며 이 회장을 근접 방어했다.
 
이 회장 사건에는 법무법인 광장의 대표 주자들도 포진하고 있다. 대검 중수부장과 대검 차장 출신인 박용석 변호사와 서울중앙지검 1차장 출신의 박철준 변호사가 이 회장의 방패로 나서고 있다.
 
한화나 SK, 태광그룹 총수들 사건도 대형로펌이 맡고 있다.
 
특히 마지막 기회인 3심이 진행되고 있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법무법인 화우와 법무법인 율촌이 맡고 있다.
 
화우에서는 이홍훈 전 대법관과 채동헌 전 춘천지법 강릉지원 부장판사 등 8명이 변호인단으로 나섰다. 율촌에서는 신성택 전 대법관을 비롯해 10명의 변호사가 김 회장을 변호하고 있다.
 
2심 재판이 진행 중인 SK그룹 사건에는 이봉구 대표 변호사 등 법무법인 화현 변호사 7명과 이인재 전 서울중앙지법원장을 필두로 한 법무법인 태평양 중견 변호사 5명이 최태원 회장을 변호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회삿돈 수십억 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돼 2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조경민 전 오리온그룹 사장도 구욱서 전 서울고법원장 등을 비롯한 법무법인 다래 변호인단과 법무법인 한우리, 한율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들과 함께 상고심을 준비 중이다.
 
상고심을 진행 중인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과 그의 모친인 이선애 상무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원과 서울고법부장판사를 지낸 박해성 변호사 등 법무법인 율촌변호사 8명을 변호인단으로 내세워 마지막 재판에 대비하고 있다.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LIG 구자원 회장과 형 박삼구 회장으로부터 같은 혐의로 고소당해 서울서부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박찬구 회장도 각각 김앤장 소속 변호사들을 선임해 1심 재판에서 치열하게 다투고 있다. 박 회장은 김앤장 소속 변호사들 외에도 이공현 전 헌법재판관 등 법무법인 지평지성 변호사들의 변호도 받고 있다.
 
이같이 대형 로펌들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대규모 기업사건을 따낸 데에는 여러 의미가 있다. 우선 착수금과 성공보수 등 수임료가 상당하다.
 
변호사 업계에 따르면 기업형사 사건의 경우 착수금과 성공보수금이 억대의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나 CJ, SK 사건 등의 경우 이미 계약 단계에서 억대의 착수금이 붙고 수사단계에서 구속영장 청구의 방어, 구속영장 청구시 영장실질심사의 방어, 구속 후 구속적부심, 기소 후 보석허가 결정 등 본 재판에 들어가기 전 단계별로 의뢰인이 원하는 결과가 나왔을 때 거액의 성공보수금이 지급된다.
 
또 본 재판에 가서도 무죄, 벌금, 집행유예 등 징역형 선고를 피할 경우 별도의 성공보수금이 지급된다. 대법원까지 가서 무죄가 확정될 경우 로펌별로 10억대의 수임료가 들어온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형사사건을 잘 마무리해주면 해당 기업의 M&A나 기업자문 등 수익이 큰 사건을 맡을 수 있는 기회로도 연결된다는 게 대형로펌 변호사들의 설명이다.
 
한 대형로펌의 중견 변호사는 “형사사건 보다 로펌에게 큰 수익을 주는 것은 기업간 M&A나 부동산 투자, 파이낸싱 사건 또는 기업자문”이라며 “형사사건에서 결과가 좋은 경우 오너의 지정으로 이런 일을 따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일단 대형 기업형사 사건을 맡았다고 해도 안심할 수는 없어 보인다. 수사 또는 재판을 받고 있는 기업 총수들이 결과에 따라 변호를 다른 로펌으로 한순간에 바꾸기 때문이다.
 
 
한화 김승연 회장의 경우 1심에서 전관 출신들의 개인변호사들을 전면에 내세웠으나 징역 4년, 벌금 51억원이라는 참패를 안았다. 2심에서는 법무법인 태평양을 내세워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의 노영보 대표변호사 등 12명의 변호사를 변호인단으로 내세웠으나 역시 징역3년에 벌금 51억원을 선고받았다. 3심을 준비하고 있는 김 회장은 변호인단을 법무법인 화우와 율촌으로 갈아 치웠다.
 
SK그룹 최태원 회장 역시 1심에서 부장판사 출신 등 막강한 실력을 자랑하는 김앤장 소속 변호사들과 전관 출신의 개인변호사들에게 사건을 맡겼으나 징역 4년을 선고받고 전격 구속되면서 법무법인 태평양과 법무법인 화현으로 변호인단을 새로 꾸렸다.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과 이선애 상무도 1심에서 법무법인 광장과 법무법인 양헌을 방패로 내세웠으나 각각 징역 4년에 벌금 10억원을 선고받고 2심에서 광장을 빼는 대신 양헌과 법무법인 율촌을 내세웠다. 그러나 이 상무의 벌금만 10억원 감형됐을 뿐 1심과 같은 결과가 나오자 양헌을 빼버리고 율촌만으로 변호인단을 구성해 상고심을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이재현 회장이 ‘전설’이라 불리는 화려한 경력의 특수부 검사 출신들을 대거 투입하면서 검찰의 구속에 대응했으나 결국 구속되면서 김앤장과 광장이 체면을 구기기도 했다.
 
대형로펌에서 형사파트에서 근무 중인 한 변호사는 “많은 수임료를 받는 만큼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리스크도 그만큼 큰 법”이라며 “우리가 맡았던 사건에서 나쁜 결과(패소)가 나온 뒤 경쟁관계에 있는 로펌으로 넘어가게 되면 굴욕은 물론, 소문이 나쁘게 나는 경우도 있어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견로펌의 파트너급 변호사도 “말이 특수지 이런 때 어디가 경쟁력이 높은지 단박에 티가 나기 때문에 사실은 전쟁이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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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