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앞으로 형사재판에서의 실질적인 양형심리가 전국 법원으로 전면 확대시행 될 전망이다.
실질적 양형심리란 형사 재판에서 "엄벌에 처해달라"는 검찰측 의견진술과 "선처를 바란다"는 정도의 변호인측 의견진술시 판사가 혼자 양형을 정하지 않고 법정에서 검찰과 변호인간 양형을 산정을 위한 공방을 통해 양형을 정하는 것을 말한다.
실질적 양형심리시 검사와 변호인은 양형기준과 법원의 양형조사관의 양형조사보고서를 놓고 가중·감경인자들에 대해 공방을 벌이게 된다.
전국 법원 형사법관 40명은 지난 19일 광주지법에서 열린 전국 형사법관포럼에서 이같은 내용에 합의하고 실질 양형심리를 확대·정착시켜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광주지법 김춘호 부장판사는 이날 관련 발제를 통해 "재판 과정에서 양형기준에 관한 언급과 공방 없이 양형을 정할 경우 설득력이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특히 피고인이나 형사사건을 주로 담당하지 않는 변호인은 적절한 방어를 못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재판부 주도로 양형기준 적용과정을 법정에서 실현함으로써 쟁점에 관한 상호 공방의 기회를 줘 무기대등의 원칙을 실현하고 양형의 예측 가능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법원은 법원 내 '양형실무연구회'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실질 양형심리 기초 형태를 결정한 뒤 지난해 9월부터 수원지법 1개 형사 합의부와 1개 형사 단독재판부에서 살인·성범죄·강도범죄 등을 대상으로 시범 실시해왔다.
이후 재판장과 검사, 변호인 등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실질 양형심사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많아 올해부터는 서울중앙지법 등 전국 합의 7개부와 단독 8개 재판부로 확대해 시범 실시 중이며, 그 결과 실질 양형심사의 전면적인 확대실시의 필요성이 확인 된 것이다.
실제로 법원행정처에서 시범실시 재판부 재판장 등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재판장 전원이 법원조사관의 양형조사보고서가 객관적이라는 의견을 제시했고, 양형결정에 기여한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질적 양형심리의 단점인 재판부 업무부담 가중에 대해서도 재판장 대부분이 업무부담의 가중정도가 없거나 미약한 수준이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당사자 대부분도 실질 양형심사로 인한 심리기간의 증가에 대해 반발한 사례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피고인이 혐의를 부인하는 부인사건의 경우 양형심리를 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과 구속피고인에 대한 조사방식 한계로 심리가 지연된다는 점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에 형사법관들은 각 사건별로 법원이 양형심리 실시 여부를 판단해 진행하고 양형조사관을 증원시켜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형사법관들은 이와 함께 성범죄와 식품범죄 등 중요범죄에 대해 국민들의 법감정을 충분히 고려해 엄정 처벌하기로 하고, 법정 언행 개선과 재판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법정녹음제도를 확대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또 형사판결서가 지나치게 간단하거나 장황한 경우가 많아 당사자들이 고충을 느끼는 점을 감안해 필요한 부분에 한해 간명하게 작성하되 당사자가 꼭 설명을 듣고 싶어 하는 주요쟁점에 대해서는 빠짐없이 판단해 기록하자는 데도 뜻을 같이했다.
◇전국 법원 형사법관들이 지난 19일 여수 디오션 호텔에서 열린 '전국 형사법관포럼'에서 '실질적 양형심리' 활성화 방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