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뇌병변장애는 뇌손상으로 인한 신체기능 장애가 있고 언어장애가 같이 오는 경우가 많으며 지적능력 저하가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증상을 가진 사람은 대화의 첫 단어를 발음하기 어렵기 때문에 말할 때까지 기다려야하고 다그쳐서는 안 됩니다. 수화통역, 의사소통 보조가 필요하고 재판 중 휴식시간과 휴식공간을 충분히 제공해야 합니다."
대법원이 법정에서의 장애인 권리보장을 위해 '장애인 사법지원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그동안 개별적 제도는 시행해왔지만 이번과 같이 세부적인 유형별로 체계화 시켜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가이드라인은 지체장애·뇌병변장애, 시각장애, 청각장애·언어장애, 정신적 장애 등 각 장애유형별 특성에 따라 소송절차의 각 단계에서 법원이 제공할 수 있는 사법지원 방안을 체계적으로 제시한 것이 특징이다.
또 장애인에게 공통적으로 제공되어야 하는 지원방안을 별도로 둬 권리보장에 공백이 없도록 했다.
가이드라인은 공통적인 제공 사항으로 기일진행은 시간은 충분히 확보하되 대기시간은 최소화할 것과 장애인이 접근하기 쉬운 법정으로 출퇴근 시간대를 피해서 기일을 지정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또 장애인관련자의 동석과 보조활동을 허가하고 보조견 출입 역시 허용하도록 제시했다. 특히 답변을 다그치거나, 장애인과 의사소통하기 어렵다고 들어보려고도 하지도 않고 "서류로 제출하라"고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장애인이 장애 때문에 소송의 내용이나 절차 진행 정도를 제대로 알지 못해 소송에서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장애유형별로 판사와 법원공무원이 유의해야 할 사항도 포함하고 있다.
법원이 일방적으로 정해진 가이드라인대로 형식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아니다. 장애인이 형사상 피고인이나 증인, 배심원 등으로 소송에 참여하거나 민사상 원·피고로 재판에 참석할 경우도 법원에 비치된 '장애인 사법지원 신청서'에 본인이 필요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적어 재판부로부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원을 신청할 수 있게 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휠체어나 보청기는 물론 음성증폭기, 독서확대기, 화면낭독프로그램이 설치된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수화통역, 문자통역뿐 아니라 법원공무원 등이 장애인의 신체적 활동이나 의사소통을 보조하는 서비스도 제공하게 된다.
대법원은 이미 올해 초부터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낭독프로그램을 각급 법원 민원인용 컴퓨터에 설치했고, 이번 가이드라인 발간과 함께 각급 법원에 음성증폭기와 독서확대기를 추가 배포하도록 했다.
또 법원의 장애인 사법지원에 관해서, 법원 홈페이지 내 전자민원센터의 재판지원에서 장애인 사법지원 안내문을 게시하고 사법지원 신청서 등을 다운받을 수 있도록 했다.
가이드라인은 오는 23일까지 각급 법원에 배포가 완료될 예정이며,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가이드라인 마련으로 판사와 법원공무원이 소송절차에 참여하는 장애인을 위해 친절한 사법서비스를 제공함은 물론, 장애인의 사법접근성을 높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법원 전경(사진출처=대법원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