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최근 유전자재조합(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식품에 관한 표시제도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미 여러 시민단체가 연합한 GMO반대생명운동연대가 활동하고 있고,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는 수차례 토론회를 열어 공론화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GMO 표시를 확대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식품위생법 개정안도 발의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월 미국 오리건주에서 미승인된 GMO 밀이 발견되면서 표시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내에서는 해당 밀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급률이 2%가 채 되지 않아 절대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더이상 안전한 곳이 아님을 말해주는 사건이었다.
더구나 옥수수, 콩 등 GMO 원료의 수입량은 해마다 늘고 있어 관련 표시제도 논의는 어쩌면 당연한 순서일지도 모른다.
식약처 조사를 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GMO 수입량은 전년보다 6.13% 증가한 187만톤이나 된다. 일본 다음 세계 2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처럼 GMO 수입은 늘고 있지만 현행 제도 아래서는 소비자가 해당 원료를 사용한 제품의 정보를 제대로 알 길이 없다.
특히, 경실련이 최근 3년간 가장 많은 GMO 원료를 수입한 상위 3개 식품업체가 생산한 1000여개의 제품을 조사한 결과 관련정보를 소비자에게 알리는 표시가 단 1건도 없었다. 먹거리 걱정이 많은 주부들이 답답해 하는 이유다. 소비자로서 알권리를 빼앗겼다는 찝찝한 기분도 들게 마련이다.
현행 유전자재조합식품 등의 표시기준에서는 GMO DNA 또는 외래단백질이 남아있는 식품을 대상으로 원재료 함량 상위 5순위 이내 식품에 한해 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기다. 때문에 친절하고 꼼꼼하게 관련 정보를 표기하지 않아도 된다는게 업체들의 주장이다.
식품업계에서는 표시제도 개선이 시기상조라고 말한다. 아직 GMO에 부정적 인식이 있어 혼란만 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끊이지 않는 국내외 논란속에 GMO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업계에서 과연 소비자를 위해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는 현행 표시제도에 기대기보다는 해당 원료를 사용해 이익을 얻고 있는 업계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시점이다.
이달 초 GMO 표시제도에 관해 열린 토론회에서는 한 옥수수 가공업체 관계자가 참여해 해당 원료의 안전성을 강조했다.
원료를 수입하기 전과 후에 식약처 본청과 지방청의 검사를 거쳐 유통되고 제품으로 생산되면 지자체의 승인을 거치므로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처럼 정말로 안전하다면 소비자가 식품의 원료를 직접 확인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표시제도를 확대하는 것을 미룰 이유가 없지 않은가.
지난 2005년부터 식품에 사용되는 모든 성분을 표시하도록 기준을 정했지만 유독 GMO 원료만 제외돼 현재 함량 상위 5순위만 표시하고 있다.
GMO 원료를 함유한 제품과 그렇지 않은 제품의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다. 또 소비자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생산자의 몫이다.
안전하다면 감추지 않고 믿고 먹을 수 있도록 소비자에게 알려야 한다. GMO 원료라도 표시제도의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자꾸 미루고 있으니 의혹만 더욱 커지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