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집단학살 희생자, 진실규명위 결정 3년 뒤 소송..배상 못받아"

대법, '양평 부역' 희생자 유족 손해배상 소송 패소

입력 : 2013-07-30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한국전쟁 전후의 민간인 집단 학살사건 희생자들이 과거사 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 결정으로 국가의 불법행위로 인해 사망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더라도 그로부터 3년이 지난 후에 소송을 제기했다면 소멸시효 완성으로 배상을 받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한국전쟁 당시 인민군 점령기에 부역했다는 이유로 국군들에게 집단 사살된 희생자들의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들이 국가에 대해 가지는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희생자들이 사망한 날로부터 5년이 경과한 때 이미 완성됐더라도 국가가 소멸시효 완성후 이를 주장하지 않을 것 같은 태도를 보여 원고들이 그를 믿고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했다면 국가로서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신의성실의 원칙상 소멸시효 완성의 효력을 부정하더라도 대단히 예외적인 제한에 그쳐야 하고 ‘상당한 기간’ 역시 단기소멸시효기간인 3년을 넘을 수 없다”며 “원고들이 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이 있은 때부터 3년을 넘은 뒤 주장한 권리에 대해 국가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하당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이와는 달리 진실규명결정일 무렵까지도 원고들이 객관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었다거나 손해 및 가해자를 알게 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한 원심 판단은 소멸시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판시했다.
 
김모씨 등 양평지역 주민들은 한국전쟁 당시인 1950년 10월 양평군 일대가 국군들로부터 수복된 뒤 인민군 점령 시 그들을 도와 부역했다는 혐의로 국군에 의해 집단 사살됐다.
 
이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김씨 등 '양평 부역혐의 희생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진실규명신청을 접수한 뒤 2009년 2월16일 국군과 경찰의 불법적인 행위로 집단희생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권씨의 유족 등은 2012년 3월7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1, 2심 재판부는 김씨 등 유족 일부의 청구를 받아들여 청구를 철회한 19명을 제외한 4명의 원고에게 4600~6900여만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특히 국가는 이미 소멸시효가 지나 청구권이 소멸됐다고 항변했으나  재판부는 "원고들이 과거사 정리위의 진실규명이 내려진 때에도 권리를 행사할 수 있었다거나 손해와 가해자를 알게되었다고 보기 어려워 소멸시효가 진행됐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들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사진=뉴스토마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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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