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채동욱 검찰총장이 검찰의 인지수사에 한층 신중을 기해줄 것을 일선 검찰에 당부했다.
채 총장은 30일 열린 주례간부 회의에서 "사정기관의 중추기관이자 수사의 주재자로서 거악척결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수사에는 직접 나설 필요가 있지만 과도한 직접 수사는 사법기관으로서의 지위를 희석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채동욱 검찰총장(사진=뉴스토마토DB)
또 "검찰이 반드시 직접 해결해야 할 사건이 발생해야 한다면 당연히 수사에 나서야겠지만 그 전에 사안의 성격과 수사 가치를 냉정히 분석하고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검찰은 준 사법기관으로서 수사지휘와 인권옹호, 공소유지와 형 집행지휘 등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데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채 총장의 이같은 당부는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종학 피디와 검찰 수사간 발생한 잡음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채 총장은 그러나 현재 검찰이 진행하고 있는 여러 대형사건에 대해서는 군사작전에 빗대 단호하고 과감한 자세를 지시했다.
검찰은 현재 전두환 일가 미납추징금 환수 및 CJ그룹 정관계 로비사건 등 대형 사건을 병행 수사 중이다.
또 현 정국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폐기 의혹 관련 고발사건' 역시 최근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에 배당해 수사에 착수했다.
이 때문에 검찰이 사회적 관심사의 전면에 고루 등장하면서 이른바 '검찰 공화국'이라는 말이 검찰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회적·정치적 부담이 가중되면서 검찰이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채 총장의 발언은 이런 검찰에게 힘을 실어주는 의미로 풀이된다.
채 총장은 "종심을 향해 빠르고 강하게 화력을 집중하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군사학의 기본원리"라며 "모든 사안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일을 벌여놓고 어렵게 끌고 가기 보다는 필요불가결한 사건을 선별한 뒤 총력을 다 해 제대로 된 결론을 이끌어 내라"고 강조했다.
이어 "모든 곳을 다 지키고자 하면 모든 곳이 약해진다는 말이 있다"며 "주어진 시간과 인력에는 한계가 있는 이상 필요한 사건에 역량을 결집해야 수사의 절차적 적법성 준수, 인권보호원칙에도 더욱 충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