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봄이기자] 부동산 시장을 살릴 '종합 선물세트'로 기대감을 모았던 4.1대책이 6월 취득세 감면 종료 직격탄에 기를 못 펴고 있다. '주택 공급 축소'에 방점을 찍은 4.1후속조처도, 부동산 세제개편 논의도 수요자들을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정치권을 바라보는 중개업자들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한마디로 살기 힘들다"
"한마디로 살기 힘들죠. 공인중개업소는 중개 수수료로 먹고 사는데 거래 자체가 없으니 수익이 발생할 리 없잖아요. 중개업소를 운영할 수 있도록 제발 정부에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줬으면 하는 것이 중개업자들의 바람입니다."
강남구 대치동에서 공인중개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전상호 대표의 말이다. 부동산 경기를 선행해서 보여준다는 강남3구의 중개업소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와 가까워 임차료와 유지비용 부담만 커지고 있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일대 공인중개업자들은 '수요자와 공급자 간 시각 차이'가 거래를 막는 가장 큰 방해물이라고 지적한다. 새 보금자리를 찾는 실수요자들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지만 주택경기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 '일단 전세로 살아보자'는 식이다.
전세 거래라도 활발히 이어지면 좋겠지만 물건이 턱없이 부족하다. 단지별로 신규 전셋집이 1~2가구씩 나오곤 있지만 세입자들이 쉽게 계약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조건이다.
송파구 잠실동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김은랑 대표는 "전세대란에 한두달 전보다 5000만원에서 7000만원까지 가격이 올라 계약이 쉽지 않고 대출이 많은 집은 언론에서 하우스푸어 문제가 심각하다고 하니 세입자들이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편의대로 수급 좌지우지하니 부작용 발생"
공인중개업자들은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부동산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부동산 경기 상황에 따라 취득세, 양도세 등을 조정해 수급을 조절한 정책이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 대표는 "9월에 취득세를 영구 인하하고 부동산 규제 완화도 처리한다고 하는데 더 이상은 지체하면 안 된다"며 "서울 부동산 시장이 강남3구를 따라 움직이는 만큼 취득세 감면 기준을 넓게 잡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매년 2분기 기준 서울 공인중개업자 수(자료=부동산써브)
서울 공인중개업자 수는 2008년 2만5000명을 넘어서며 정점을 찍은 뒤 계속 감소세다. 매년 꾸준히 신규 중개인력이 배출되고 있지만 폐업하는 중개업소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써브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현재 서울 공인중개업자 수는 2만1903명으로 1년새 1000명 가량 줄었다. 중개실적도 전국에서 가장 저조하다. 서울 중개업자의 올 상반기 평균 거래건수는 2.55건으로 전국 평균이 5.35에 크게 밑돌았다.
그나마 올 상반기는 4.1대책 발표직후 기대심리 반영과 취득세 감면 종료를 앞둔 반짝 거래로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지난 6월 9032건 거래됐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7월 1906건으로 급감했다. 이 중 강남3구의 거래량은 각각 100건을 밑돌아 총 203건에 불과하다.
◇"밥줄 걸린 매매활성화..부동산 법안, 더 지체하지 말길"
정부가 제도화 가능성을 가늠해보지 않고 정책부터 발표하는 관행을 꼬집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로 4.1대책에는 양도세 중과 폐지, 분양가 상한제 완화 등 규제 완화안이 대거 포함됐지만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가 불발됐다.
취득세 영구 인하 방침도 기획재정부와 안전행정부 등 부처간 이견으로 인하 대상과 폭을 저울질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개업자들은 '취득세만이라도 확실히 처리했으면 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기 수요자들은 한결같이 취득세 영구 인하 정책이 확정되면 집을 사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잠실동 공인중개사무소 배옥란 실장은 "취득세 영구 인하 방안을 9월 국회에 상정하고 논의를 거쳐 12월 처리한다고 가정하면 실제 시행은 1월에나 된다는 뜻인데 중개업소들은 그 때까지 반년 이상 어려운 시기를 버텨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남구 대치동의 한 아파트 단지(사진=뉴스토마토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