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노태우 전 대통령이 미납 추징금을 완납함에 따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추징금 자진납부 가능성에 한층 무게가 실리게 됐다.
검찰은 노씨의 동생 재우씨가 4일 검찰 계좌로 150억 4000여만원을 입금해왔다고 밝혔다.
앞서 노씨의 전 사돈인 신명수 전 동방그룹 회장이 지난 2일 80억원을 검찰에 먼저 납부했기 때문에 재우씨의 납부로 노씨의 미납추징금 사건은 16년만에 종결됐다.
같은날 새벽, 18시간 동안 검찰의 고강도 조사를 받은 전씨의 차남 재용씨는 귀가 전 취재진과 만나 자진납부를 시사하는 의미 있는 말을 했다.
재용씨는 미납 추징금 자진 납부 의사가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조만간 입장을 정리해서 말씀을 드리겠다"고 답했다.
그동안 전씨측의 미납추징금 자진 납부설이 연희동 안팎에서 계속 흘러 나왔지만 전씨 측에서 자진납부와 관련해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때문에 재용씨가 검찰 소환조사 과정에서 자진납부 의사를 밝혔고 귀가 후 본격적인 자진 납부 준비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전씨 측의 자진납부설과 관련해 "검찰이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전씨 측이 자진납부를 한다면 직접 국민에게 입장을 밝히는 것이 모양새가 좋다"고 누차 말해왔다.
재용씨가 검찰소환 조사시 변호인 대동 없이 혼자 나와 조사를 받은 것도 '자진납부 카드'를 들고 왔기 때문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와 함께 노씨 측이 미납 추징금을 자진 납부한다는 사실을 재용씨가 출석하기 전에 전씨 측이 미리 전해 듣고 사실상 자진 납부쪽으로 기울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친분이 있는 만큼 사전 교감이 있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전씨와 노씨는 1997년 내란죄 등으로 기소돼 나란히 법정에 선 적이 있다. 이 사건에서 두 사람은 똑같이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수감생활을 하다가 특사로 풀려났다.
미납추징금 환수와는 별도로 이번 수사에서 밝혀진 전씨의 처남 이창석씨와 재용씨 등 가족들에 대한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사법처리하겠다는 검찰의 방침도 전씨의 자진납부를 압박하고 있다.
이미 비자금 유입이 의심되는 자산이 수백억원 드러난데다가 최근 전씨의 사돈 이희상 회장(68)이 운영하는 동아원과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등 환수 수사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전씨로서는 추가적인 위법행위가 더 드러나기 전에 미납추징금을 납부하는 것이 일가를 지키고 창석씨와 재용씨 등 사법처리가 예상되는 가족들의 양형 참작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씨는 대통령 재임시절 비자금 축재 혐의 등으로 기소돼 1997년 대법원에서 추징금 2205억원을 선고받았으나 일부만 납부하고 현재까지 1672억여원이 미납 추징금으로 남아있다.
◇서울중앙지검 청사(사진=뉴스토마토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