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역사 크라운베이커리, 쓸쓸히 퇴장

입력 : 2013-09-04 오후 6:00:09
[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한때 업계 부동의 1위를 차지하며 사랑을 받았던 크라운베이커리가 제빵시장 경쟁에 밀려 아쉽게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크라운베이커리 본사는 지난 3일 가맹점주들에게 사업을 접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는 안내문 형식의 내용증명을 보낸 상태다.
 
크라운베이커리는 지난 1988년 크라운제과(005740)의 생과사업부에서 별도 법인으로 분리된 이후 제빵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1990년대 초반 업계 최초로 TV 광고를 선보여 신선한 반향을 일으키기 시작했고, 가맹점 수 600여개로 선두를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90년대 말 외환위기로 제빵업계까지 위기가 불어닥치자 이를 견뎌내지 못한 크라운베이커리는 서서히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다.
 
특히, SPC그룹의 파리바게뜨, CJ푸드빌의 뚜레쥬르 등 브랜드가 공격적 마케팅으로 사업을 확대한 반면 크라운베이커리 가맹점은 줄기 시작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정보공개서 기준 최근 3년간의 가맹점 수를 보면 2010년 252개, 2011년 160개, 2012년 97개로 감소했다.
 
또한 매출액도 2010년 584억원에서 2011년 427억원으로 줄었고, 당기순손실은 2011년 17억원에서 2011년 42억으로 증가했다.
 
이에 대해 업계는 경쟁 브랜드의 마케팅에 대항하지 못하고, 변하는 제빵 시장 트렌드에 뒤처진 결과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와 함께 2006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대표이사를 지냈던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의 부인 육명희씨의 경영능력도 도마 위에 올랐다.
 
계속된 부진에 크라운베이커리는 경쟁력 확보를 목적으로 지난해 12월 크라운제과에 흡수 합병됐다.
 
하지만 흡수 합병 이후 본사에서 잇달아 운영 정책을 변경하면서 가맹점주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크라운베이커리는 지난 2월 일요일 배송 중단과 함께 삼성카드 보너스 포인트, 도서상품권, SK상품권에 이어 7월 KT 멤버십 제휴를 종료했다.
 
또 5월 중순 자체 공장인 파주공장을 폐쇄하며 주력 품목인 케이크와 롤케이크까지 전 품목의 외주생산(OEM)에 돌입했다.
 
이러한 본사의 결정에 가맹점주들은 매출 손실을 호소했고, 이를 가맹사업을 사실상 포기하기 위한 단계라고 주장했다.
 
가맹점주들은 협의회를 결성하고 본사에 가맹사업을 정상으로 돌려놓거나 정상적인 절차로 철수하라고 지속해서 요구해 왔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와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등 각계에서 본사와 가맹점주협의회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나서기도 했다.
 
현 상황에서 운영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크라운베이커리는 오는 30일부로 25년간 이어온 가맹사업을 철수하기로 했다.
 
크라운베이커리의 가맹점 수는 현재 70개 정도로, 사업 중단에 따른 보상금 문제를 개별 가맹점주와 협의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25년 사랑을 받던 전통의 브랜드가 없어지 게 되는 것은 마음이 아프다"며 "하지만 제빵 업계도 변화를 두려워 하거나 도전을 멈추면 안되는 시대가 온 만큼 소비자 트렌트에 민감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인 빵집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갓 구워낸 단팟빵에 우유 한잔 놓고 미팅을 하던 추억의 빵집이 사라지게 됐다니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한편으로 오래도록 사랑받던 브랜드까지 대기업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무너지는 것을 보면 우리 같은 영세 업체들이 설자리는 전혀 없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토로했다.
 
◇(사진=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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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