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채동욱 사퇴 종용 없었다? 손바닥으로 하늘 가려지나?"

"의혹 단계 성급한 결정 '일 잘하는' 총장 내쳐..토사구팽"
"장관 독자결정 강조 하지만 국민들 사퇴 배경 다 알아"

입력 : 2013-09-14 오후 11:35:14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 이후 검찰 내부에서 반발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법무부가 채동욱 검찰총장에 대한 사퇴 종용이 전혀 없었다고 발표한 것을 두고 또 다른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법무부는 14일 오후 8시40분쯤 "검찰총장에게 사퇴를 종용한 일이 전혀 없다"며 "어제 진상규명 조치는 최초 언론 보도 후 논란이 커지자 그 동안 먼저 검찰로 하여금 공신력을 담보할 수 있는 객관적 방법으로 신속히 자체적으로 진상을 규명하도록 권유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검찰에서는 현재 상황으로는 그렇게 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견지했고, 그 사이에 시간이 경과하여 진상 확인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법무부장관이 독자적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법조계 인사들은 법무부의 해명 중 "검찰로 하여금 공신력을 담보할 수 있는 객관적 방법으로 신속히 자체적으로 진상을 규명하도록 권유했다"는 해명에 대해 "사실상 법무부의 감찰을 받으라는 압박"이라고 해석했다.
 
◇황교안 법무부장관(사진 왼쪽)과 채동욱 검찰총장
 
중견 검찰간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채 총장이 조선일보 보도 직후 정정보도를 청구한 것은 법무부 말대로 객관적인 문제규명을 자체적으로 시도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언론 보도와 관련한 분쟁은 언론중재위원회 등을 통한 해결 접근을 하는 것이 상식적인 수순 아니겠느냐"며 "조선일보측에 대한 정정보도 청구와 함께 법(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대로 문제 해결을 시도한 것은 당연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조선일보가 정정보도청구 수용을 거부한 뒤 곧바로 법원에 소송을 내겠다고 발표한 것은 일견 성급한 결정이 아니었나 생각한다"면서도 "이번 사태가 정치적 논란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상황에서 조속한 규명을 위해 사법부를 통한 정면돌파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법무부의 '공신력을 담보할 수 있는 객관적 방법'에 대해 "당사자는 검찰총장인데, 공신력을 담보할 수 있는 객관적 방법이라면 법무부 감찰밖에 더 있겠느냐"며 "법무부의 진상규명 촉구는 사실상 법무부 감찰을 받으라는 요구고, 채 총장은 정치적 입김이 의심되는 감찰을 받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출신 변호사는 "조선일보를 상대로 한 정정보도청구소송이야 말로 공신력을 담보할 수 있는 객관적 방법 아니겠느냐"며 "법무부 입장으로서는 진상규명 보다는 채 총장과 조선일보사이의 분쟁이 검찰이나 밖으로 번지는 게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법무부가 이번 감찰시도와 관련해 거듭 황교안 장관의 독자적 결정이라고 해명한 것을 두고도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변협 간부 출신의 한 중견 변호사는 "장관이 독자적으로 결정했더라도 대통령의 승인을 받았을 것 아니냐"며 "대통령이 승인을 했다면 대통령의 뜻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여론은 검찰이 국정원 댓글 사건수사 때문에 정권의 미움을 샀다고 보는 게 일반적이지 않느냐"며 "장관의 독단적인 결정이었다고 거듭 강조하는 것은 총장 사퇴와 정권 사이에 선을 그으려는 것으로 보이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법"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중견 법조인은 "다른 것은 차치하더라도 노태우·전두환 전 대통령 미납추징금 환수, 원전비리 수사 등 일 잘하고 있는 총장을 결과적으로 내친 건 국민 입장에서 누가 봐도 이해 못할 일"이라며 "결과를 떠나서 토사구팽(兎死狗烹)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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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