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보다 비정규직 더 늘린 공공기관..나빠진 고용의 질

295개 공공기관 5년간 정규직 일자리 고작 6.9% 증가
무기계약직 및 비정규직은 각각 263.5%, 23.8% '급증'

입력 : 2013-10-25 오후 5:27:44
[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지난 5년간 국내 공공기관들은 정규직 일자리보다 무기계약직이나 비정규직을 더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의 질적팽창이 아닌 양적팽창 속, '고용의 질'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25일 기획재정부와 민주당 홍종학 의원이 기재부로부터 받은 '공공기관 고용 현황' 자료 등에 따르면, 최근 5년간 295개 공공기관 정규직은 6.9% 증가하는 데 그친 반면, 무기계약직은 263.5%, 비정규직은 23.8%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 2010년 시행된 청년인턴제도로 고용된 인원도 총 1만2776명으로, 전체 증가분의 29.1%를 차지했다.
 
공공기관 고용규모는 2012년 기준으로 31만8384명으로 집계됐다. 2008년 대비 16%(4만3972명) 증가한 규모다.
 
증가분을 고용유형별로 살펴보면 임원 포함 정규직은 1만6489명 늘었고, 정규직을 제외한 인원(무기계약직·비정규직·청년인턴)은 2만7483명 증가했다. 특히 전체 증가분 중에서 정규직이 아닌 인원 비중은 62.5%나 달했다.
 
비정규직 등 정규직 이외 인원이 총인원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08년 13.5%에서 2012년 20.3%로 크게 늘었다. 정규직 비중이 같은 기간 86.2%에서 79.5%로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보면, 같은 기간 무기계약직은 0.9%에서 2.8%로, 비정규직은 12.6%에서 13.5%로, 청년인턴은 0%에서 4%로 각각 증가했다. 정규직 비중은 줄고 비정규직 등이 늘면서 공공기관의 고용 구조가 바뀌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여기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에 따라 최근 5년간 무기계약직이 6446명 증가했지만, 비정규직 규모는 오히려 더 늘어난 점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홍종학 의원의 분석에 따르면, 통계상으로는 비정규직 전년대비 증가율이 ▲2009년 6.0% ▲2010년 0.1% ▲2011년 9.2% ▲2012년 6.8%로 나타난다.
 
그러나 비정규직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옮겨간 인원까지 감안하면 비정규직은 ▲2009년 9.9% ▲2010년 8.9% ▲2011년 11.5% ▲2012년 9.4% 증가했다.
 
홍 의원은 "비정규직이 전년대비 0.1%만 늘어난 2010년의 경우, 3202명에 달하는 비정규직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결과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비정규직을 줄이겠다는 당초 목표와는 다르게 무기계약직으로 유출된 감소분 이상으로 비정규직이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정규직 이외의 인원이 상대적으로 많이 증가한 원인은 지난 이명박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공공기관의 고용인원은 감축하는 한편, 비정규직을 정규직화(무기계약직)해 고용불안을 없애고 청년인턴제도를 활성화해 취업경쟁력을 강화하는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을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 결과로 무기계약직은 263.5%, 비정규직이 23.8%로 증가하면서 나쁜 일자리가 급증했고, 정규직이 아닌 인원이 차지하는 비중도 점점 증가했다는 평가다.
 
공공기관별로 정규직 이외 고용인원 규모를 보면, '한국마사회'가 1위를 차지했다. 한국마사회는 지난해 기준으로 정규직 이외 고용인원이 7665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는 전체 정규직 이외 고용인원의 11.8%를 차지하는 비중이다.
 
이어 우체국시설관리단, 한국과학기술원, 한국전력공사 등이 뒤를 이었다.
 
한편 공공기관 소속외 인력(파견·용역 등)도 지속적으로 증가해 2008년 4만8376명에서 2012년 5만9170명으로 22.3%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공공기관 고용인원이 16% 증가한 것보다 6.3%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홍종학 의원은 "이명박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청년인턴제도 도입 등을 통해 고용 안정을 이루겠다고 공언했다"면서 "그러나 전체 증감분 중 62.5%가 정규직 이외 고용인원으로 나타나는 등, 이명박 정부의 정책이 실제로는 비정규직, 청년인턴 등 나쁜 일자리를 양산한 결과를 낳았다"고 비판했다.
 
홍 의원은 이어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한다면서 최근 5년간 무기계약직을 6,446명 늘렸다"며 "안정된 일자리를 늘린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정규직도 비정규직도 아닌 애매한 일자리를 만들어 낸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무기계약직은 기간제법 등에 의하면 기간의 정함이 없다는 점에서 정규직처럼 보이지만, 기간 관련한 내용을 제외하고는 처우나 급여 등에 대한 언급이 없어 차별대우 문제가 발생해도 구제하기 어렵다"며 "박근혜 정부가 지난 9월 5일에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계획에서도 역시 무기계약직으로의 전환을 골자로 해 이명박 정부의 실패한 일자리 정책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양질의 일자리가 아닌 정부 재정 지출에 따라 만들어진 일자리와 임시직을 중심으로 고용시장이 확대되고 있다"며 "고용의 질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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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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