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학교법인의 이사장으로 선출해줄 것과 운영권을 넘기는 대가로 돈을 지급받았더라도 학교법인의 기본재산이나 운영에 지장을 주지 않았다면 형사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돈을 받고 이사장직과 학교 운영권을 넘긴 혐의(배임수재)로 기소된 전 S학교법인 이사장 양모씨(82)에 대한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취지로 사건을 춘천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31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학교법인의 이사장이나 사립학교경영자가 학교법인의 임원을 변경하는 방식을 통해 학교법인의 운영권을 이전하고 그 대가로 운영권 양도에 상응하는 금전을 지급받기로 계약하는 경우 사립학교법은 이를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을 뿐더러 관할청의 허가를 받도록 요구하지도 않고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렇다면 학교법인 운영권의 양도 및 양도대금 수수 등으로 인해 향후 학교법인의 기본재산에 악영향을 미치거나 학교법인의 건전한 운영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추상적 위험성만으로 운영권 양도계약에 따른 양도대금 수수행위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이 사건에서도 피고인은 학교법인의 기본재산을 처분한 것이 아니라 학교법인을 계속 운영한다는 의사합치 아래 운영권 자체를 양도한 것일 뿐이므로 학교법인 양수인이 이사장으로 선임되도록 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그로부터 양도대금을 수령했더라도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며 "이와는 다른 취지에서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은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양씨로부터 학교법인 운영권을 넘겨받아 새 이사장이 된 박모씨(61)에 대해서도 학교법인을 양수한 혐의(배임증재)부분에 대해서도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이사장이 된 뒤 인사청탁과 함께 9000만원을 받은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하되 배임증재 부분과 하나의 형이 선고된 것을 고려해 전부 파기했다.
S여고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이사장이었던 양씨는 2008년 박씨로부터 학교법인 이사장으로 선출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총 16억5000만원을 받고 학교법인 운영권을 넘긴 혐의로 기소돼 1심과 2심에서 징역 1년에 추징금 8억2500만원을 선고받고 상고했다.
박씨는 돈을 주고 학교법인 운영권을 넘겨받은 혐의 외에 이사장이 된 뒤 미술교사로 채용하는 대가로 5000만원을 받는 등 인사청탁과 함께 총 9000만원을 건네받은 혐의도 함께 받았으며, 1심과 2심에서 징역 1년6월에 추징금 9000만원을 선고받았다.
◇대법원 설경(사진제공=대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