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를 내세우며 벤처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부양에 나섰지만 글로벌 벤처 무대로 불리는 미국 나스닥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은 싹조차 틔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 세계 30개국, 2600여개가 넘는 글로벌 벤처 혁신기업들이 나스닥에 상장돼 있지만 이중 국내 기업은 단 1곳에 불과하고, 그나마 시가총액도 3000만달러에 그쳐 존재감이 미미한 상태다.
국내 벤처 정책의 벤치마킹이 된 이스라엘이 61개사를 상장시키고, 중국 벤처도 93곳에 달하는 것과는 극히 대조적이다.
5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2009년부터 5년 동안 미국 나스닥 시장 상장기업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달 27일 기준 상장사는 30개국 2655개사였으며, 이중 미국 기업이 2330곳(87.8%)으로 가장 많았다.
2위는 중국으로 93곳(3.5%), 3위는 최근 창조경제의 모델로 주목받고 있는 이스라엘로 61곳(2.3%)이었다. 이어 캐나다(39곳), 버뮤다(15곳), 스위스(14곳), 영국·홍콩·그리스(각 12곳), 아일랜드·네덜란드(각 10곳) 등의 순이었다.
대만, 아르헨티나 등 우리나라보다 산업 경쟁력 수준이 낮은 국가들도 나스닥 상장 기업이 각각 7곳, 5곳에 달했다.
반면 우리나라 기업은 지난 2005년 상장된 게임업체 그라비티 단 한 곳뿐으로, 시가총액도 3000만달러(한화 약 328억원)에 불과했다. 이마저 나스닥이 분류한 12개 주요 업종에 속하지 않을 정도로 존재감이 미미했다.
2000년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나스닥 상장 한국 업체가 9개사에 달했지만 경영악화와 상장 유지비용 부담 등으로 하나 둘씩 폐지돼 현재는 단 한 곳만 남은 상태다.
상장이 쉬운 반면 거래를 활성화시키고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꾸준히 기업설명(IR)활동을 펼쳐야 하는 나스닥 시장에서 국내 벤처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5년 간 신규 상장기업도 전무했다.
나스닥 시장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5년 동안 16개국 359곳 기업이 신규 상장할 정도로 벤처기업 젖줄로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단 한 곳도 발을 디디지 못했다.
나스닥 신규 상장기업 수는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8개사로 바닥을 찍은 후, 2010년 60개사로 2년 만에 예년 수준을 회복했고, 지난해에는 129곳이 새롭게 상장할 정도로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해 129개 회사 신규상장은 기업공개(IPO) 시점을 알 수 있는 1972년 이후 3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신규 상장기업 역시 미국이 301곳(83.8%)으로 가장 많았고, 중국 26개사(7.2%), 이스라엘·영국 각 6개사(1.7%) 순으로 활발한 진출을 보였다.
나스닥 상장 2655개 기업의 시가총액은 7조1579억달러에 달했고, 애플·구글·마이크로소프트·페이스북·인텔 등 IT기술 기업들이 대거 속한 테크놀로지 부문이 3조512억달러(42.6%)로 비중이 가장 높았다.
아마존닷컴, 스타벅스, 크스트코 등 글로벌 유통업종이 1조2764억달러(17.8%), 미래 먹거리로 각광 받고 있는 헬스케어가 9891억달러(13.8%)로 각각 2, 3위를 차지했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일각에서는 나스닥이 한국 벤처기업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시장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지만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하는 성공 벤처기업들에게는 여전히 꿈의 무대로 통하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이 나스닥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경제의 성장 동력이 취약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