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사옥(사진=뉴스토마토 DB)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SK그룹이 61주년 창립기념을 맞아 특별한 기념식 없이 차분히 하루를 보냈다. 오히려 근신의 기류가 강해 우울함마저 감돌았다.
SK그룹은 8일 창립 61주년을 맞아 변변한 기념식 하나 진행하지 않았다.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 등 총수 부재가 대내외에 공표된 첫 해인 점을 감안해, SK그룹 내부에서는 침착함을 잃지 않으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SK그룹 관계자는 "통상 '5와 '0'으로 끝나는 해에 창립 행사를 개최했다"면서 "지난해 창립 60주년 기념식을 진행한 만큼 올해는 조용히 보내기로 했다"고 전했다.
SK그룹은 올해와 지난해 모두 최 회장이 부재인 상황에서 창립기념일을 맞았다.
지난해의 경우 최 회장이 배임·횡령 혐의로 구속된 상태여서 최신원 SKC회장,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 등 총수 일가와 그룹을 대표하는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SK네트웍스(옛 선경직물) 퇴직자 모임인 '유선회' 회원 등 소수의 인원만이 모여 조촐하게 기념식을 치렀다.
특히 이날은 공교롭게도 최 회장의 항소심 첫 공판이 열리는 날이어서 SK그룹은 환갑을 자축할 여력이 없었다.
올해 역시 분위기가 가라앉기는 마찬가지. 최 회장은 지난 2월27일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최종 확정 받으며 수감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SK그룹으로서는 지난해에 이어 2년째 최 회장 부재 속에 창립기념일을 맞게 된 셈이다.
지난달 31일에는 상장사 등기임원의 지난해 연봉이 공개되면서 최 회장과 SK그룹은 또 한 차례 홍역을 치러야만 했다.
수감 중인 최 회장이 SK와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SK C&C 등 4개 계열사로부터 301억원의 보수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았다. 일각에서는 황제 노역에 빗대 황제 옥중경영이란 신조어를 생산하기도 했다.
지난해 항소심 재판으로 정상적 경영활동을 펼치기 힘든 상황에서 상장사 가운데 가장 많은 보수를 챙겨 원치 않는 '연봉왕'이라는 수식어까지 얻게 됐다. 최 회장 부재에 따른 경영공백 상태에서 한발 더 나아가 총수에 대한 비판 여론까지 떠안아야만 했다.
지난해가 총수 부재에 따른 불황실성이 가장 큰 리스크였다면, 올해는 최 회장의 공백 자체가 아킬레스건이 되고 있다. SK하이닉스 인수와 같은 대규모 투자는 물론 해외 진출과 신사업 발굴 등에서 추진 동력을 잃게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력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이 올 1분기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내부 긴장감 또한 높아졌다. 여기에다 SK텔레콤 또한 절대 떨어지지 않을 것 같던 시장 점유율이 50% 아래로 추락하며 자존심을 단단히 구겨야만 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올해는 총수 부재와 주력 계열사의 실적 부진까지 겹치면서 내부에서 갖는 위기의식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면서 "각 계열사별로 사업을 잘 이끌어 좋은 성과를 내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한편 SK그룹은 고(故) 최종건 회장이 1953년 경기도 수원시 평동에 그룹 모태인 선경직물을 세우면서 출범했다. 지난해 매출액 160조원, 고용 인원 8만명을 기록, 재계 3위 그룹으로서의 위상을 지키는 데 만족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