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재심 무죄확정으로 형사보상을 받은 뒤 국가에 추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형사보상 받은 날로부터 6개월 내에 청구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미법도 납북 어부 귀환 사건'의 피해자 정 모 씨(73)와 그의 가족 등 7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되돌려 보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먼저 판결문에서 "재심절차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된 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를 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상 시효정지의 경우에 준하는 6개월 내에 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재심무죄 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는 채권자로서 형사보상을 먼저 청구할 수 있으므로 확정 6개월 내에 형사보상청구를 한 경우에는 국가의 소멸시효 항변을 저지할 수 있는 특수한 사정이 생기는 것"이라며 "형사보상 결정 확정일로부터 6개월 내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면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원고 정씨의 경우 형사보상결정 확정일로부터 6개월 이상이 지나 피고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므로 원심으로서는 기한 내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없었던 부득이한 사정이 있었는지 여부를 심리했어야 했다"며 "이를 제대로 심리하지 않고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제할 만한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행사를 한 것으로 본 원심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정 씨와 함께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낸 정씨의 아내 황 모 씨와 아들 정 모 씨의 경우 형사보상청구 없이 과거사 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일로부터 3년 내에 소송을 제기했으므로, 이들의 청구를 받아들인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서해 휴전선 근처인 강화군 미법리(미법도)에서 살던 정씨는 1965년 10월 인근 섬 주민 109명과 함께 서해 비무장지대인 은점벌에서 조개를 잡다가 납북됐으나 한 달 쯤 뒤 귀환했다.
정씨는 1982년 2월 국가안전기획부에 불법연행 돼 13일 동안 감금된 상태에서 간첩혐의로 수사를 받은 뒤 무죄혐의로 풀려났으나 1년쯤 뒤 다시 잡혀 들어가 고문을 받고 간첩혐의를 허위로 자백했다. 비슷한 시기 황씨 등 가족들도 안기부로 끌려가 고문을 받고 허위진술했다.
정씨는 이후 검찰조사에서 가족들과 함께 고문을 당해 허위사실을 자백했다고 호소했으나 검찰은 정씨와 가족들을 북한으로부터 지령을 받고 탐지, 군사상 기밀 수집을 위한 간첩활동을 한 혐의로 기소했다.
정씨 등은 하급심에서 공소사실 전부가 유죄로 인정돼 무기징역 및 추징금 40만원의 선고를 받고 상고했으나 기각돼 1984년 9월 형이 확정됐다. 그러나 과거사위원회는 2009년 5월 진실규명을 결정하고 정씨 등은 서울고법에 확정판결에 대한 재심을 청구했다.
서울고법은 2010년 7월 정씨 등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검찰이 상고했으나 2011년 1월13일 대법원에서 기각, 무죄가 확정됐다. 이에 정씨는 6일 뒤 서울고법에 형사보상을 청구했고 같은 해 7월22일 형사보상 결정이 확정돼 9억4000여만원을 지급받았다.
정씨와 가족들은 이후 6개월이 지난 2012년 3월22일 국가를 상대로 위자료 총 57억여원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냈고, 1·2심 재판부는 이 중 일부를 받아들여 24억5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국가가 상고했다.
◇대법원(사진제공=대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