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정수기조합, 시장 불신만 키운다!

입력 : 2014-05-09 오후 4:32:48
[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온 국민을 슬픔에 빠트린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해운조합의 '셀프 감독체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국내 항구를 오가는 연안여객선의 안전관리가 지난 40여년간 선사들의 이익단체인 해운조합이 담당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것과 다름 없는 어처구니 없는 행태에 분노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국민 절반 이상이 사용하는 정수기의 품질마크를 책임지는 한국정수기공업협동조합 역시 '셀프마크 업무'를 수행한 지 20년이 지났다. 이대로 괜찮을까.
 
조합에 정수기 시장점유율 재집계를 위한 조사 진행상황을 물었다. 그건 왜 묻냐고 연신 되묻는다. 정수기가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제품을 선택하는 데 있어 유용한 정보가 될 것이라고 재차 설명해야 했다. 조사 진행 과정도 불투명했다. 조합은 업체들에게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고 했지만 해당 업체들은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한쪽은 거짓말이다. 조합은 이에 대해 명확한 설명 없이 그냥 얼버무렸다. 어떠한 기준으로 점유율을 집계할지 계속 고민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기사보러가기☞(정수기 점유율?..여전히 '안개속' ) 
 
재조사를 위한 기준을 세울 때 한쪽 얘기를 듣자니 다른 업체의 점유율이 달라지고 순위가 뒤바뀌게 돼 민감한 모양이다. 이해관계가 달린 문제니 부담일 수밖에 없다. 1등 얘기도 들어야 하고, 매각작업이 진행 중인 업체 눈치도 봐야 하고, 그렇다고 군소 업체들을 무시할 수도 없고, 여기저기에 치여 곤란한 기색이 역력했다. 조합은 그간 정수기에 부여되는 마크를 기준으로 시장 점유율을 집계해왔지만 그것조차 떳떳하게 공개하기를 꺼려했다.
 
한국정수기공업협동조합은 환경부의 승인을 거쳐 정수기에 KC마크를 부여한다. 조합은 "KC마크는 정수기의 기준 및 규격에 합격한 정수기에만 부여하는 정부의 유일한 품질인증마크"라면서 "KC마크가 부착된 정수기는 안심하고 사용하셔도 된다"고 내세운다. 공공성을 띤 업무를 수행하는 조직이지만 조합원들의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돌아가는 이익단체라는 정황이 여기저기서 포착된다. 기사보러가기☞(물값, 얼마내세요?)②기득권의 시장 왜곡..소비자는 '뒷전'
 
이유는 간단하다. 회원들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점유율 재집계 조사 상황이 지지부진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회원들 눈치에 갈팡질팡인 조합이 시장 점유율을 재집계하려는 생각 자체를 했다는 게 의문이다. 불투명하고 의뭉스러운 조합이 향후 어떠한 통계치와 조사 결과를 낸다 하더라도 시장의 신뢰를 얻기는 힘들 것 같다. 어차피 업체들의 입김에 따라 조율되고 끼워 맞춰진 '모두를 위한' 수치 아니겠는가. 정수기 시장 자체에 낀 불순물이 아직 너무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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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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