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주요 제약사들이 1분기에도 안정적인 성장 기조를 이어나갔다. 일괄약가인하의 후유증은 완전히 벗어난 모습이다. 시장형실거래제 시행이라는 유탄 또한 피하게 되면서 불황에 바닥을 모르고 추락한 타 업종 대비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유한양행(000100)은 1분기 매출액 2258억원을 기록, 매출액 기준 제약사 1위를 차지했다.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한 수치로, 유한양행은 올해 연간 매출액 1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100년 넘는 제약산업 역사상 처음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40억원, 당기순이익은 30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6.3%, 6.1% 증가했다. '트윈스타(고혈압)', '트라젠타(당뇨병)', '비리어드(B형간염)' 등 다국적 제약사와의 공동 마케팅에 따른 시너지 덕분이다.
녹십자(006280)는 1분기 전년 동기보다 11.3% 오른 1993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189억원, 당기순이익은 3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2%, 62.0% 늘었다. 특히 당기순이익의 급증이 눈에 띈다.
녹십자는 올 초 세계보건기구 산하 기관의 국제기구 입찰에서 수주한 독감백신 수출과 혈액분획제제 플랜트 태국 수출에 따른 이익으로 수출 실적이 전년 동기보다 49% 증가하며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백신 명가로서의 위력을 또 한 번 발휘한 가운데, 일동제약에 대한 M&A 이슈는 수면 아래로 가라 앉으며 장기화 국면에 접어 들었다.
대웅제약(069620)은 1분기 매출액 1695억원을 달성해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4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7%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125억원으로 1.7% 소폭 증가했다.
매 분기 170억원 내외의 매출을 올렸던 효자품목 '올메텍'이 1분기 100억원에 그쳤고, 대표품목 '우루사'가 효능 논란에 휩싸이면서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 이는 지난해 1분기 대비 10% 넘는 영업이익 급감의 결과로 나타났다.
동아에스티(170900)는 1분기 매출액 144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월 지주사 전환을 위해 회사를 분할한 것을 고려하면 같은 기간 대비 2.4%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영업이익은 110억원을 기록했다.
동아제약을 계열사로 둔
동아쏘시오홀딩스(000640)의 1분기 매출액은 330억원으로, 이들 매출액을 더하면 동아쏘시오그룹은 유한양행, 녹십자에 이어 3위에 해당한다.
제일약품(002620)은 1분기 1184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3.5%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7억원으로 54.9% 급감했다. 다른 제약사의 의약품을 유통하는 상품 매출 비중이 자사 제품보다 많아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광동제약(009290)은 매출액 1105억원, 영업이익 96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1.7%, 21.0% 증가했다. 지속적인 식품 부문의 성장에 따른 것으로, 이 부문의 매출액은 전체의 약 70%인 777억원에 해당한다. 특히 생수시장 1위인 삼다수의 활약이 눈에 띈다.
JW중외제약(001060)은 1분기 93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했다. 주력 제품의 선전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지난해 1분기보다 37% 오른 77억원을 기록했으며, 당기순이익은 무려 120% 급증한 15억원으로 집계됐다.
일동제약(000230)은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한 874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면서 매출액 기준 상위 10위권 막차를 탔다. 영업이익의 경우 36.0% 감소한 34억원으로, 이에 대해 일동제약은 국내 제약사 중 가장 많은 15건의 임상시험에 착수하는 등 R&D 투자를 크게 늘렸기 때문으로 설명했다.
매출액 순위 20위권 제약사 중
보령제약(003850)은 763억원(13위)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1%,
대원제약(003220)은 421억원(18위)으로 19.7% 오르는 등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특히 보령제약은 신약 '카나브'의 활약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881.6% 급증한 52억원을 기록하며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대부분 상위 제약사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 1분기에도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2분기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도 커졌다. 증권가는 2분기 상위권 제약사들의 매출액은 10%, 영업이익은 23%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제약업계는 1분기 실적 개선이 표면적인 수치에 불과하며, 약가인하 정책 등 시장을 위축시킬 요인을 극복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의 규제 정책을 의식한 전략적 엄살로도 읽힌다.
한 관계자는 "처방약 부문은 정체 또는 감소하고 있어 매출의 증가세가 예전보다 못하다"면서 "약가인하가 계속해서 적용되면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설 수 있으므로 다른 부문에서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10대 제약사 1분기 실적(단위:억원). (자료=금융감독원, 뉴스토마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