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민영화 재논란..전면전 '눈앞'

입력 : 2014-06-16 오후 2:41:56
[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의료민영화 논란이 재점화됐다.
 
정부가 대한의사협회의 내분을 이용, 그간의 협의내용을 접고 강공 모드로 돌입한 가운데 보건의료노동계가 대정부 투쟁의 선봉에 섰다. 의협이 전선을 재정비하지 못한 가운데 중대형 병원을 중심으로 한 병원협회는 사실상 이번 정부 조치를 반기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1일 의료법인이 수행할 수 있는 부대사업 범위를 대폭 확대하기 위해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 입법예고했다. 이에 따라 휴게음식점, 편의점, 산후조리 등으로 제한됐던 의료법인의 부대사업이 앞으로는 외국인 환자 유치, 숙박업, 여행업 등으로 확대된다.
 
또 복지부는 의약품·의료기기 연구개발, 숙박업(메디텔) 등 부대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 자법인을 설립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영리사업에 대한 규제를 풀어줌으로써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의료법인의 갈증을 해소해 주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의협은 의료민영화 반대의 입장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하며,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 입법예고에 반박하고 나섰다. 의협은 제도 도입에 합의한 적이 전혀 없을 뿐더러 새로운 부대사업 확대로 동네의원이 사실상 고사 상태에 직면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대정부 투쟁의 전선에 서기에는 자체적 동력이 부족하다는 게 의협 안팎의 중론이다. 대의원회가 사상 최초로 현직 회장에 대한 불신임안을 통과시키면서 마찰을 키웠고, 노환규 전 회장을 이을 보궐선거도 진행 중이라 동력을 모으기가 간단치 않다. 속앓이만 깊어지고 있는 형국.
 
반면 대형 병원들은 이번 부대사업 확대 방침이 산업적 측면으로 영역을 넓혀가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이들은 새로운 부대사업으로 체계적 시스템을 갖추고, 전체 의료산업의 파이를 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론 속내는 막힌 돈줄의 규제 철폐에 있다.
 
이처럼 복지부의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 입법예고에 이해관계에 따라 각 단체별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보건노동의료계는 의료민영화의 철회를 주장하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복지부 방침에 맞서 16일부터 전 지부에서 로비농성에 돌입하고, 오는 20일까지 쟁의행위에 대한 전 조합원의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쟁의행위 가결 시 오는 24일 서울역에서 보건의료노조 산하 62개 지부가 참여하는 경고파업에 돌입한다. 사실상의 전면전이다.
 
앞서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복지부가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 입법예고와 영리 자회사 설립과 운영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11일부터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지난해 5월24일 진주의료원 폐업 반대를 위한 단식농성 이후 1년 만이다.
 
지난 12일에는 보건의료노조를 비롯해 새정치민주연합, 통합진보당, 정의당 등 야 3당의 의료영리화 저지 특별위원회와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등 보건의료단체가 참석한 가운데 의료영리화 규탄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이와 함께 보건의료노조는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공동으로 오는 17일 국회 정론관에서 의료민영화 방지법안 발의와 입법권 침해 권한쟁의 소송에 관한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같은 날 공공기관 가짜 정상화 대책 분쇄, 낙하산 인사 저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촉구를 위한 공공기관 노동자 총력 결의대회에 참여하고, 오는 23일 야당 국회의원, 의료민영화·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의약 5단체와 공동으로 결의대회를 열 예정이다.
 
아울러 보건의료노조는 의료법 개정 없이 시행규칙 개정과 가이드라인만으로 의료민영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명백한 의료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복지부 장관을 의료법 위반으로 고발할 예정이다.
 
유 위원장은 "어떠한 이유로도 국민의 생명과 건강은 돈벌이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 영리 자법인 설립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복지부 장관 지침으로 발표하는 등 명백히 의료법을 위반했다"며 "보건의료노조를 포함한 보건의료단체는 법적 조치를 취해 잘못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 국민과 함께 반대 의견서를 내고, 1차 경고파업, 2차 전면파업을 이어가면서 반드시 의료민영화를 막아내겠다"고 다짐했다.
  
◇(사진=뉴스토마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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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