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부호들)23.中 물류대왕 왕웨이, "직원은 나의 힘"

보따리 장수에서 택배 업계 큰 손으로
동종업계 최고 수준 임금 보장..업무 의지 고양
2013년, 포브스 선정 중국 100대 부호 중 22위에 올라

입력 : 2014-07-06 오후 5:51:25
◇왕웨이 순펑익스프레스 대표(사진=바이두백과)
 
[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택배 기사들은 순펑의 가장 소중한 자산입니다."
 
중국 물류 업계를 평정한 왕웨이(王衛) 순펑(順豊)익스프레스 대표는 사업 성공의 비결을 15만명에 이르는 택배 기사들에게서 찾았습니다. 고객에게 최대한 빠르게 상품을 전달하려는 그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오늘날 인정받는 중국 최고의 택배 기업이 될 수 있었다는 설명입니다.
 
직원들에게 공을 돌리기는 했지만 회사를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순펑은 동종업계 중에서도 임금이 높기로 유명합니다. 통상적으로 택배 기사들의 월급이 3000~4000위안 수준인데 반해 순펑은 5000~6000위안이 기본입니다. 업무 성과에 따라 1만위안 이상을 받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일선에서 가장 고생을 하는 사람들은 그 만큼의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왕웨이 대표의 가치관이 반영된 정책입니다. 직접 물건을 배달했던 과거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중국 내에서는 UPS나 페덱스 등 글로벌 물류업체가 부럽지 않은 순펑의 시작은 덩샤오핑이 광둥성 등 중국 남부 지역을 방문해 시장 경제를 강조했던 199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7살 때 온가족이 홍콩으로 이주한 왕웨이는 고등학교만 마친 후 삼촌의 일을 도우며 생활 전선에 뛰어들었습니다. 당시 다수의 홍콩 사업가들이 그랬듯 삼촌의 염색 공장은 저렴한 노동력을 얻을 수 있는 광둥성에 있었습니다.
 
고객들에게 염색 직물 샘플을 보여주기 위해 홍콩으로 물건을 자주 보내야 했는데요, 당시만해도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이 되기 전이라 시간이나 비용면에서 불편함이 적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홍콩으로 들어가는 인편에 몰래 부탁을 하기도 했죠.
 
그렇게 비공식 통로를 이용하던 왕웨이는 자신이 직접 보따리 장수가 되기로 결심을 합니다. 배낭을 메고 보따리 가방을 끌고 홍콩과 광둥을 오가기를 수 개월. 왕웨이는 1993년 3월 아버지에게 10만위안을 지원받아 순펑의 전신인 운송 전문업체를 설립합니다. 24살의 젊은 나이에 직원 6명을 거느린 어엿한 사장님이 된 것입니다.
 
사업 초기 왕웨이의 성공 전략은 '박리다매' 였습니다. 기존의 업체들이 물건 하나 당 70위안을 받았다면 왕웨이는 40위안을 받으며 빠르게 영업망을 확대해 갔습니다. 3년여만에 광둥성 택배 업계를 접수한 순펑을 보고 급속도로 개체 수를 늘리는 생쥐같다는 비아냥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홍콩-광둥간 물류를 장악한 왕웨이는 회사에 대한 지배력 높이기에 착수했습니다. 용이한 지점 확대를 위해 가맹점 형식으로 맺었던 계약을 직영점 형태로 변경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가맹점주들의 반발이 적지 않았지만 왕웨이는 배송을 담당하는 택배 기사들을 포섭하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그들이 가장 중요한 자산임을 강조하며 개개인의 역량에 따라 수입을 보장해 주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기본급 이외에 배송 건수에 따라 추가 수입을 얻을 수 있도록 해 고객에게는 빠른 배송을, 택배 기사들에게는 고소득을 안겨주는 '윈-윈(win-win)'을 꾀한 것입니다.
 
또한 업무상 실수나 근무 태만 등에 대해서는 벌점 제도를 도입해 택배 기사들 스스로가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방식으로 유도를 했습니다. 지금도 이 같은 시스템은 순펑의 명성을 유지하는 원동력입니다.
 
중국 내 우수 택배업체로 이름을 알려가던 순펑에게 2003년 발생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는 중대 전환점이 됐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외출을 꺼린 탓에 택배 업계는 함박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는데요, 여기에 순펑은 중국 내 최초로 화물 전세기를 도입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사스로 여행객이 줄어 큰 손실이 발생했던 항공 업계와 제휴를 맺은 것입니다.
 
순펑은 현재 자사 소유의 화물 전용기로 광저우, 상하이, 항저우 등지의 물류 중심지를 오가며 365일 전천후 배송을 실현하고 있습니다. 또한 1kg 이내, 20위안 이하의 물품만 취급한다는 원칙으로 소형 택배 업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습니다.
 
이를 발판으로 왕웨이는 지난 2012년 처음으로 포브스 선정 100대 중국 부호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같은 해 포춘지의 중국 내 가장 영향력 있는 50대 기업인, CCTV의 올해의 경제인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왕웨이의 자산 규모는 237억9000만위안에 달했는데요, 전년도의 75억6000만위안에서 세 배 이상 증가하며 부호 순위도 80위에서 22위로 대폭 끌어올렸습니다.
 
왕웨이는 하루 중 14시간을 일하는 데 투자하는 워커홀릭이자, 언론 노출과 벤처캐피탈 투자를 모두 마다하는 괴짜같은 성격으로도 유명한데요, 그와 절친이자 별종으로 소문난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왕웨이는) 내가 가장 인정하는 기업인"이라고 극찬을 할 만 합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김진양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