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정부가 공공기관 경영혁신을 놓고 자충수에 빠졌습니다.
경영정상화 실적이 부진한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큰 폭의 기관장 물갈이 인사를 해야 하는데 그러자니 낙하산과 관피아 논란이 불 보듯 뻔해서입니다.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르면 이달 중으로 2차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가 발표합니다.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 등 38개 부채·방만경영 중점관리기관과 한국마사회, 코스콤 등 10개 중점관리기관이 대상입니다.
정부는 이번 결과를 가지고 경영개선 실적이 부실한 공공기관장은 해임을 건의할 계획입니다.
해임건의 대상인 공공기관을 포함해 올해 중으로 공공기관장 임기가 끝나는 곳은 약 50곳.
그런데 문제는 이곳들에 적절한 인재를 배치할 만큼 정부의 인력풀이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인재를 고르면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맞지 않는 사람이 나올 수 있고 그렇다고 관료와 정치인 출신을 내려보내면 낙하산과 마피아, 정피아 논란이 생길 게 분명합니다.
가뜩이나 인사실패가 많았던 박근혜 정부로서는 고강도 경영정상화를 하려다가 역풍을 맞을 수 있는 셈입니다.
이런 고민 속에서 기관장 인선 계속 지연되고, 공공기관 방만경영만 반복되는 악순환입니다.
공공기관 정상화의 또 다른 핵심인 성과연봉제 도입도 자충수가 될 모양새입니다.
정부는 여당과 함께 현행 호봉제를 성과연봉제로 전환하는 한편 직원의 정년을 보장하지 않고 중간에 퇴출시키는 상시 퇴출제도 등을 마련 중입니다.
하지만 이는 자칫 공공기관 직원의 실질임금과 사기 저하, 노후보장 위협으로 이어져 공공기관이 부패를 일으킬 빌미를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런 공공기관 정상화는 안 하는 것만 못하다는 우려입니다.
정부와 공공기관 정상화 방안을 반대하는 공공기관 노조 간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면서 공공기관 정상화 갈등이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정부로서는 한번 내뱉은 정상화 방안인 만큼 물릴 수도 없는 노릇이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