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일반 국선변호인 신청자가 폭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선전담변호사제도를 폐지하고 일반 국선변호인제도로 통합해 일원화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 대법원이 거부입장을 분명히 했다.
7일 대법원은 "일반 국선변호인 지원자가 늘고 있는 것은 변호사 시장의 사건 수임난이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하고 "기록이 두껍고 다툼이 심한 사건을 꺼리거나 형식적으로 변호사는 사례가 줄지 않는 등 여전히 불성실한 일반 국선변호인이 많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이어 "일반 국선변호인과 국선전담변호사 사이의 변호의 질적 차이가 객관적으로 확인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선전담변호사 제도 유지의 필요성은 오히려 더욱 크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이 이날 공개한 '2013년 국선전담변호인에 대한 재판장 평가 결과'에 따르면 재판장 중 89.6%가 일반 국선변호인보다 훨씬 우수(A) 내지는 우수(B)하다고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고인의 무죄율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일반 국선변호인이 받아내는 무죄율은 정체되어 있는 반면 국선전담변호사의 무죄율은 소폭이지만 꾸준히 늘고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이 이에 대한 근거로 공개한 최근 6년간 일반국선변호인과 국선전담변호사의 무죄율 비교에 따르면 일반국선변호인의 경우 무죄율이 2009년 1.7%에서 2010년 2.5%까지 올랐으나 이후 감소해 올해 7월까지 2.22%로 떨어졌다.
대법원은 2011년 무죄비율이 올랐던 것은 도로법위반 재심사건 일부에서 일반 국선변호인들이 선정된 영향을 받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반면 국선전담변호사는 2009년 2.1%에서 근소한 폭이지만 매년 증가해 올해 7월 2.7%의 무죄율을 보였다. 다만, 일반 국선변호인의 최근 6년간 평균 무죄비율은 2.22%, 국선전담변호사의 무죄비율은 2.36%로 큰 차이는 나지 않고 있다.
재판부로부터 평가를 받고 있는 국선전담변호사 제도의 독립성 문제에 대해서도 국선전담변호사들 자신이나 피의자, 피의자들의 만족도를 근거로 들어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 7월 대한변협이 전?현직 국선전담변호사 6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재판부 평가가 변론활동에 직접적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이 77.3%였다.
2013년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 또는 영장실질심사 등을 받은 피의자나 피고인 13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답변자의 77.6%가 국선전담변호사의 변호가 크게 도움이 되었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법원 관계자는 "국선전담변호사와 일반 국선변호인의 변호 충실도에 상당한 차이가 있는 상황에서 국선전담변호사제도를 폐지한다면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이 필연적으로 위축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참여재판이나 피고인이 다수인 사건, 사안이 복잡한 사건 등은 대부분 국선전담변호사에게 배정하고 있다"며 "일반 국선변호인으로 일원화 할 경우 보수를 획기적으로 인상하지 않는 한 국선변호의 충실도가 낮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선변호 일원화'의 본격적인 논란은 전날 정재룡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문위원이 '국선변호제도의 일원화 및 관리감독의 강화' 보고서를 통해 일반 국선변호인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국선전담변호사제도를 유지하는 것이 합당한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정 위원은 전날 "대법원이 국선전담변호사 제도를 도입한 배경은 일반 국선변호사들이 국선변호 사건을 기피하거나 부실하게 변론해 피의자 및 피고인들의 방어권 보장이 침해됐기 때문"이라며 "현재와 같이 국선변호사 신청률이 폭증하는 추세라면 소수의 변호사에게 특혜를 주는 국선변호전담 제도를 유지할 필요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국선전담변호사는 2004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도입됐으며 법원이 면접 등을 통해 선발하고 있다. 사적으로 사건을 수임하지 못하며 국선변호만 할 수 있다. 일정한 사건 수임을 전제로 월 800만원의 보수가 보장되면서 변호사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반면, 일반 국선변호인은 선발이 아닌 무작위 지정으로 사건을 맡게 되며 사적으로 사건을 수임하는 데 제한이 없다. 구속전 피의자신문 등에서의 변호는 15만원, 형사합의사건의 경우 40만원의 보수를 받아 국선전담변호사보다 보수가 적지만 최근 변호사 수 폭증과 함께 신청자가 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