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네덜란드의 경제학자이자 시각예술가이며 스테디셀러 <예술가는 왜 가난한가?(국내에는 <왜 예술가는 가난해야 할까>로 출판)>의 저자인 한스 애빙이 내한해 예술가와 예술환경에 대한 통찰을 공유했다.
한스 애빙은 27일 서울시청 시민청 3층 대회의실에서 서울문화재단(대표이사 조선희) 주최로 열린 ‘서울시창작공간 국제심포지엄-노동하는 예술가, 예술환경의 조건’에 기조발제자로 참석했다.
애빙은 ‘구조적 빈곤: 왜 예술경제의 특수성은 계속되는가?’라는 제목의 발표를 통해 저임금으로 일해온 예술가의 관성, 예술가를 착취하는 풍토, 정부지원의 문제 등 예술가의 빈곤을 낳는 구조적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특히 애빙은 “저임금에도 불구하고 예술가가 예술을 하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예술 에토스를 내면화한 것”이라고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예술 에토스란 예술가가 ‘예술은 선한 것이며, 예술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스스로 믿는 것을 지칭한다. 예술 에토스 때문에 예술가가 저임금을 관성적으로 받아들이게 됐다는 게 애빙의 주장이다.
또 애빙은 "예술권력이 중앙집중화됨에 따라 여타 많은 예술가들의 실패가 제도권 예술가에게 도움이 되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말하는 한편, 컨템포러리한 예술을 하지 않는 예술가에게는 관용이 부족한 풍토를 지적하는 등 날카로운 발언을 연이어 쏟아냈다.
시각예술에 국한한 발언이었지만 "상품화가 언제나 틀린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눈길을 끌었다. 애빙은 CD나 유료 음악 다운로드를 예로 들며 “예술의 아우라가 주는 보호로부터 벗어나는 것도 좋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생계유지와 창작활동을 위해 부업을 겸하는 예술가의 불안정한 보상, 고용 반복, 임금기준의 모호함 등 열악한 예술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마련된 한국, 프랑스, 영국의 정책도 소개됐다.
이번 국제심포지엄에는 애빙 외에도 박영정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 재불 문화정책 연구자 목수정, 영국 시각예술인연합 전 디렉터인 수잔 존스 등 국내외 경제학자, 정책가, 예술가, 노동 전문가가 발제자와 패널로 참가해 ‘예술가의 노동’에 관한 논의를 펼쳤다. 주최 측 예상 인원인 200명을 훌쩍 넘기는 사람들이 행사에 참석해 예술환경 개선의 필요성과 세간의 관심을 시사했다.
(사진제공=서울문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