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혜진기자] 은행과 증권사의 칸막이를 없앤 복합점포가 문을 열었다. 새해부터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 의지와 부합하는 결과물이 나온 셈이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복합점포에 대한 기대감과 달리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NH농협금융은 지난 5일 '광화문 NH농협금융 플러스센터'를 개설했다. 기존 은행과 증권사 복합점포의 물리적 경계를 완전히 없앤 지점으로, 지난해 하반기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금융규제개혁안이 적용됐다.
작년까지 복합 점포는 은행과 증권사 간 출입문이 달랐고, 공동 상담실은 칸막이로 막혀있었지만 올해부터는 달라진다. 이번 센터를 시작으로 같은 금융 지주사 소속의 은행, 증권사 직원은 한 공간에서 고객 영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당국과 업계 전반에서는 칸막이가 사라진 복합 점포를 통해 지주사 소속 증권사나 은행의 수익성이 증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규제 완화 당시 금융지주사 산하 증권사에 밀려 중소형사의 입지가 위축될 것이란 위기 의식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업계 일각에서는 복합점포가 기대 만큼의 효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규제 완화의 여부를 떠나, 은행과 증권사의 공동 영업으로 발생하는 시너지가 의외로 크지 않다는 게 근본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는 기본적으로 증권사와 은행 고객의 투자 성향이 크게 다르다는 점에 기인한다.
A 증권사 자산운용부 전무는 "(복합점포가)생각보다 잘 안되는 이유는 영업에 있어 은행, 증권사 직원 사이에 경계하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면 한 은행 직원이 관리하던 고객이 복합 점포에서 증권사 상품도 함께 권유받을 경우, '내 고객의 성향이 아예 위험 선호로 돌아서지 않을까'하는 의구심이 생겨 쉽게 시너지가 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과 증권사 간 영업 장벽이 완전히 허물어지더라도 투자자들의 '몰빵'을 경계하는 심리는 확고할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결국 영업력 증대의 포인트는 규제 완화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종사자는 "기본적으로 투자자들은 한 금융 브랜드, 다른 성향의 상품 가입을 권유할 때 '영업적으로 나를 현혹하는 것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며 "고령층이면 몰라도, 최근 투자자들의 재테크 방향이 바뀌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복합점포의 성공 가능성을 예단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반대 의견도 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복합점포의 가장 큰 장점은 증권사와 은행 직원이 공동상담을 통해 고객의 투자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투자성향을 분석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고객 입장에서는 금융상품에 대한 이해도와 선택의 폭이 넓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왼쪽 두번째부터), 신제윤 금융위원장,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 김원규 NH투자증권 사장이 지난 5일 오전 서울 세종로 광화문빌딩에서 열린 NH농협금융그룹 국내 1호 복합점포 '광화문NH금융플러스센터' 개점식에서 테이프를 커팅하고 있다ⓒNew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