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콘텐츠 제값받기, 성공의 열쇠는?

입력 : 2015-01-20 오후 2:20:12
[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올해 유료방송 업계의 화두 중 하나는 방송 콘텐츠 가격의 정상화다.
 
국내에서는 '방송은 공짜다'라는 인식이 깊게 자리하고 있다. 케이블과 IPTV 등 국내 유료방송 가입자는 전체 가구수보다도 많은 2700만가구에 육박하지만 이들이 매달 지불하는 가격은 평균 1만원도 되지 않는다. 휴대폰 요금으로 10만원이 가까운 금액을 내는 것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미국의 케이블TV 사업자인 컴캐스트의 평균 상품 가격이 5만원 정도라는 점을 봐도 국내의 방송 상품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 최대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인 제이콤(JCOM)의 경우 가장 저렴한 상품이 한국돈으로 10만원에 이른다.
 
과거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저가 마케팅을 펼친 영향도 있지만 통신사들이 방송을 '미끼상품'화 하는 결합상품을 강화한 것이 결정적 원인이 됐다. 특히 작년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시행 이후 통신사들이 무선 시장의 보조금을 유선 시장으로 대거 풀며 이 같은 현상은 더욱 심화됐다.
 
문제는 소비자로부터 얻을 수 있는 수익 규모는 한정돼 있는데 이를 배분해야 할 시장 참여자들은 계속해 늘어나고 있다는 것에 있다. 플랫폼간의 저가 출혈경쟁으로 방송 매출과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수신료가 모두 축소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방송사들의 주 수입원이었던 광고 시장도 축소되고 있어 이익 배분을 둘러싼 갈등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지상파와 유료방송 업계 간의 재전송료 논쟁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방송 시장의 상황에 대해 한 전문가는 "현재 방송은 정글에 내던져진 상황"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방송 콘텐츠 제값받기는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는 현실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이다. 올해로 출범 20주년을 맞은 케이블 업계는 오는 3월 예정된 기념식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행동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양휘부(사진)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회장도 최근 열린 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에서 "올해에는 방송콘텐츠 제값받기 캠페인을 본격적으로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가 주창하는 창조경제의 틀을 좀 더 확실하게 만들기 위해서도 방송 가치 정상화는 매우 중요하다는 뜻에서다.
 
업계에 따르면 캠페인과 관련해 구체적인 계획이 아직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다년간 왜곡돼 온 시장 질서를 바로 잡는 것에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다.
 
통신사업자와 방송사업자 간의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은 결국 플랫폼의 경영 악화를 야기하고 결국은 소비자에게까지 피해가 전가된다는 점을 인지해 자정 능력 제고를 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학계 전문가는 "상품별 동등 할인율을 적용하고 방송 상품의 과도한 할인을 금지하는 규정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더 나아가 방송과 인터넷, 이동통신 서비스 간 명확한 회계분리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방송에 대한 소비자들의 지불 의사가 낮아진 상황에서 결합상품을 손보기보다는 신규 서비스에서부터 제값받기를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적은 금액을 지불했던 방송 서비스의 가격을 올리려면 소비자의 반발이 상당할 것"이라며 "VOD나 스트리밍 등 새로운 서비스에서 질서를 잡아가는 편이 좋다"고 전했다.
 
정부의 역할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시장에 대한 감시 기능도 중요하지만 올바른 환경을 유도하고 있는 사업자에 대한 진흥 정책 검토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케이블 업계 종사자는 "혼탁해진 방송 시장 환경을 개선하는 것은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사업자의 노력 뿐 아니라 정부의 지원도 뒤따라야 하고 소비자의 인식 전환도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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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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