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혜진기자] 지난해 대부분의 증권사 실적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결산월이 변경되면서 사업 기간이 늘어난 효과가 컸다. 기준금리가 두 차례에 걸쳐 인하된 가운데 채권 평가이익이 증가한 영향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올해는 대외 불확실성과 채권 이익 감소 탓에 작년보다 다소 줄어든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자료제공=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뉴스토마토, 단위:원)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거둔 증권사는 KDB대우증권이다. KDB대우증권의 지난해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2697억9864만원, 2030억9266만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모두 흑자로 돌아섰다. 보유한 채권 규모가 큰 덕에 채권 평가이익도 큰 폭으로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KDB대우증권에 이어 영업이익 규모 2위를 차지한 곳은
미래에셋증권(037620)이다. 자산관리와 위탁매매 부문에서 안정적으로 이익을 냈고, 특히 채권과 파생상품 운용 실적이 개선됐다. 지난해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190.4%, 164.9% 늘어난 2051억2902만원, 1821억6768만원을 기록했다.
삼성증권(016360)도 전년 대비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667억2541만원으로 전년 대비 흑자로 돌아섰고, 순이익은 1979.2% 증가한 2294억2871만원으로 집계됐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결산월 변경에 따라 사업 기간이 9개월에서 12개월로 증가했고, 종속 기업 지분 매각(삼성자산운용)에 따른 중단 영업이익도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현대증권의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각각 401억2578만원, 352억3636만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흑자전환됐다. 상품운용, 자산관리, 투자은행(IB) 부문에서 고르게 실적을 냈고, 자회사 금융 수익이 늘어난 덕도 봤다는 해석이다.
교보증권은 채권 이익 외에도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화금융(SF) 부문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냈다. 지난해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234.1%, 161.9% 늘어난 336억9200만원, 295억5128만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유화증권의 경우 현재까지 실적을 발표한 증권사 중 유일하게 매출액과 순이익이 감소했다. 임대료 수익이 줄어든 탓에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 대비 34.5% 감소한 82억932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증권사 실적은 대부분 흑자로 돌아섰지만 올해 기대치는 다소 낮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인 이익 규모가 지난해보다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의 추정치를 보유한 대우증권의 경우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지난해 대비 8.3% 감소한 2474억6200만원으로 집계됐다.
김태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급증한 가계부채 부담이 크고, 미국 기준금리 인상 영향의 불확실성도 존재한다"며 "올해 본격적으로 자금이 유입되기는 힘들 것"으로 판단했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도 "지난해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기저효과 때문에 올해도 대규모 채권 트레이딩 이익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며 "일평균 거래대금 증가가 과거처럼 증권사 실적 증대로 연결되지 못한다는 점도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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