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관들이 밝힌 '간통죄 위헌'의 3가지 이유

재판관 5명 "간통은 개인의 자유 영역..처벌 못해"
적용대상 불분명, 획일적 처벌도 위헌 결정 사유

입력 : 2015-02-26 오후 4:02:37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헌법재판소의 '간통죄 위헌' 결정으로 형법 제정시부터 우리 사회를 규율했던 간통죄는 62년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간통죄는 1989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헌법소원심판 및 위헌법률심판 등을 통해 총 네 번에 걸쳐 헌법의 저울 위에 올려졌으나 모두 명맥을 유지했다. 그러나 이번 결정으로 결국 무효·폐지됐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이번 사건의 심리에서 총 3가지 이유를 들어 간통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사진=헌법재판소)
 
◇간통행위 처벌 자체가 헌법위반
 
그 첫 번째가 간통과 상간행위의 처벌 자체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점이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해 이진성, 김창종, 서기석, 조용호 재판관 등 총 5명의 재판관이 이같이 판단했다.
 
박 소장 등은 간통죄 조항이 선량한 성풍속 및 일부일처제에 기초한 혼인제도를 보호하고 부부간 정조의무를 지키기 위한 처벌규정으로서의 기능을 이미 상실했다고 봤다.
 
그 저변에는 배우자 있는 사람이 배우자 아닌 사람과 성관계를 한 것에 대해 국가가 형벌로 다스리는 것이 적정한지에 대해서 이제 더 이상 국민의 인식이 일치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박 소장 등은 이같은 맥락에서 "성인이 서로 자발적으로 만나 성행위를 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 영역에 속하고, 다만 그것이 외부에 표출되어 사회의 건전한 성풍속을 해칠 때 비로소 법률의 규제를 필요로 한다"며 "성도덕에 맡겨 사회스스로 질서를 잡아야 할 내밀한 성생활의 영역에 국가가 개입해 형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위헌의견을 낸 재판관 중 김이수 재판관은 간통죄가 성적 성실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간통행위자까지 처벌하는 면에서도 국가형벌권의 과잉행사로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이것이 간통죄가 위헌 결정을 받게 된 두 번째 이유다.
 
◇성적 성실의무 없는데도 처벌..것은 위헌
 
김 재판관은 "간통행위자 및 배우자 있는 상간자에 대한 형사처벌은 부부 간의 성적 성실의무에 기초한 혼인제도에 내포되어 있는 사회윤리적 기본질서를 최소한도로 보호하려는 정당한 목적 하에 이루어지는 것"이라며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하기 어렵고 형벌적 규제가 아직도 필요하다는 것이 상당수 일반 국민들의 법의식으로 보인다"며 간통죄의 존재 자체에 대해서는 합헌으로 해석했다.
 
김 재판관은 그러나 "간통죄가 현실적으로 사실상 혼인관계의 회복이 불가능한 파탄상태로 인해 배우자에 대한 성적 성실의무를 더 이상 부담하지 않게 되어 비난가능성이나 반사회성이 없는 경우나 상간자가 미혼인 경우 애당초 배우자에 대한 성적 성실의무라는 개념 자체가 없으므로 그에 대해서는 국가가 형벌로 규제할 대상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김 재판관은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통죄 조항은 행위자의 유형 및 구체적 행위모습 등에 따른 개별성과 특수성을 고려할 가능성을 아예 배제한 채 일률적으로 모든 간통행위자 및 상간자를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한 것은 형벌 본래의 목적과 기능을 달성함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일탈해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국가형벌권의 과잉행사로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적용대상 불분명..징역형만으로 처벌도 위헌
 
간통죄가 이번 결정에서 위헌선언을 받게 된 세 번째 이유는 적용대상이 불분명 한데다가 징역형만을 형벌로 규정했기 때문에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강일원 재판관이 이같은 주장을 폈다.
 
강 재판관은 간통죄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배우자의 종용이나 유서가 있는 경우 간통죄로 고소할 수 없는데, 소극적 소추조건인 종용이나 유서의 개념이 명확하지 않아 수범자인 국민이 국가 공권력 행사의 범위와 한계를 확실하게 예측할 수 없다"며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간통 및 상간행위에는 행위의 태양에 따라 죄질이 현저하게 다른 수많은 경우가 존재함에도 심판대상조항이 간통 및 상간행위에 대해 선택의 여지 없이 반드시 징역형으로만 응징하도록 한 것은 구체적 사안의 개별성과 특수성을 고려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 또는 제한하여 책임과 형벌간 비례의 원칙에 위배되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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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