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한 대법관·헌법재판관들은 어디로 갔을까?

2000년 이후 퇴임 54명 살펴보니..70%가 '개업'
'공익활동' 다짐 이강국 전 소장도 결국 로펌행

입력 : 2015-03-25 오후 4:33:23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대한변호사협회(회장 하창우)의 차한성 전 대법관(61·사법연수원 7기) 개업신고 반려 논란이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는 가운데, 전직 대법관과 헌법재판관들의 퇴임 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5일 <뉴스토마토>가 2000년 이후 퇴임한 대법관 32명과 헌법재판관 22명 등 총 54명을 전수조사한 결과 10명 중 7명은 변호사로 개업을 하거나 대형 로펌 등에 들어가 활동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직에 있는 양승태(사법시험 12회) 대법원장과 변호사 휴업자 3명, 사망자 2명을 뺀 숫자다.
 
◇대법관 출신 개업자 17명 대형로펌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 대법관의 경우 총 23명이 변호사로 개업했으며 이 중 17명이 대형 로펌에 고문이나 대표 변호사로 영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변호사로 등록하지 않은 전수안(사법시험 18회) 전 대법관을 뺀 나머지 7명은 모두 학교로 갔다.
 
다만, 차 전 대법관은 지난해 3월 퇴임한 뒤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부임했으나 최근 법무법인(유한) 태평양의 공익단체인 재단법인 동천 이사장으로 영입돼 단순 개업인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되고 있다. 그는 현재 개업신고가 반려된 상태다.
 
◇2000년 이후 퇴임한 대법관 소속 현황(자료=뉴스토마토)
 
2000년 7월에 퇴임한 신성택(고시 16회) 전 대법관이 현재 법무법인 율촌 상임고문을 맡고 있으며, 같은 때에 퇴임한 이임서(사법시험 1회) 전 대법관도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이다.
 
2005년 2일 퇴임한 변재승(사법시험 1회) 전 대법관은 법무법인(유) 화우의 고문으로 재직 중이며, 2005년 10월 동시에 퇴임한 유지담(사법시험 5회), 이용우(사법시험 2회) 전 대법관은 각각 법무법인 KCL의 대표와 법무법인(유) 로고스의 고문으로 활동 중이다. 유 전 대법관 등과 함께 퇴임한 윤재식(사법시험 4회) 전 대법관은 중견로펌인 법무법인 민주의 고문을 맡고 있다.
 
2006년 7월에 한꺼번에 퇴임한 전직 대법관 5명도 모두 개업하고 대부분 대형로펌으로 자리를 옮겼다. 박재윤(사법시험 9회) 전 대법관은 법무법인 바른의 고문으로 재직 중이며, 손지열(사법시험 9회) 대법관은 김앤장 소속이다. 이규홍(고시 8회) 전 대법관은 오래 전부터 법무법인 광장 대표를 맡아왔다. 강신욱(고시 9회) 전 대법관만 개인 개업을 했다.
 
◇공익활동 약속 이강국 전 헌재소장도 로펌행
 
대법관 출신으로 헌법재판소장을 지낸 이강국(사법시험 8회) 전 소장도 대법관 퇴임 후에는 법무법인(유한) 태평양의 고문 변호사로 활동했다. 그는 이 기간 동안 수임 사건 중 대법원 사건에 주로 관여하면서 월평균 4460만원, 근무기간 4개월 동안 상여금 1회를 포함해 총 2억100만원을 받았다.
 
이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내정되고 인사청문회에서 고액연봉에 대한 지적과 함께 소장 퇴임후 진로를 묻자 그는 "법률구조공단의 고문변호사를 하면서 받은 혜택에 대해서 일부라도 사회에 환원하고, 국민들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고 밝혔다.
 
과연 이 전 소장은 2013년 1월 헌재소장에서 퇴임한 뒤 바로 개업하지 않았다.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 일주일에 두 차례씩 일반인을 상대로 무료로 법률상담을 하거나 헌재가 주관하는 무료 법률상담에 나서 공익활동을 했다. 그러나 약 2년 뒤인 올해 2월 중견로펌인 법무법인 한결 고문으로 들어갔다. 인사청문회 당시의 약속을 끝까지 지키지는 못한 셈이다.
 
이후에도 전직 대법관들의 대형로펌행은 이어졌다. 2009년 2월 퇴임한 고현철(사법시험 10회) 전 대법관은 태평양의 고문을, 같은 해 9월 퇴임한 김용담(사법시험 11회) 전 대법관은 법무법인 세종의 대표를 맡았다.
 
2011년 11월 퇴임한 김지형(사법시험 21회) 전 대법관 역시 퇴임 후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로 영입됐으며, 2012년 7월 퇴임한 박일환(사법시험 15회) 전 대법관도 법무법인 바른에서 변호사로 개업했다.
 
박 전 대법관과 같이 퇴임한 김능환(사법시험 17회) 전 대법관은 퇴임 뒤 개업하지 않고 한때 아내와 함께 편의점을 운영하며 평범한 삶을 살았으나 6개월 만에 법무법인 율촌으로 들어갔다.
 
◇김황식·안대희 등 공직자 출신도 개업
 
공직에 나섰다가 개업한 전 대법관들도 있다. 2012년 7월 퇴임한 안대희(사법시험 17회) 전 대법관은 퇴임 뒤 개인 변호사로 개업했으나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활동하다가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를 거쳐 지난해 11월 법무법인 평안을 설립하고 대표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앞서 2008년 7월 임기 중 감사원장으로 취임한 김황식(사법시험 14회) 전 대법관은 국무총리를 거쳐 서울시장 후보경선까지 출마했으나 현재 개인 개업을 한 상태다.
 
개업을 하지 않은 전 대법관들은 대부분 학교로 옮겨 후학을 양성 중이다.
 
제14대 대법원장을 지낸 이용훈(고시 15회) 전 대법원장은 앞서 대법관직을 마친 뒤 개인 변호사로 개업했으나 대법원장 퇴임 후에는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부임했다.
 
조무제(사법시험 4회) 대법관은 2004년 8월 대법관 임기를 마친 뒤 바로 모교인 동아대 법대 석좌교수로 자리를 옮겼다가 최근까지 부산법원조정센터에서 상임조정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공익활동에 열중하고 있다.
 
2005년 11월 퇴임한 배기원 전 대법관(고시 5회) 역시 퇴임 뒤 개업하지 않고 영남대 석좌교수로 취임했으며, 2010년 8월 퇴임한 김영란(사법시험 20회) 전 대법관도 퇴임 직후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부임했다. 이후 제3대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으로 취임했으나 퇴임 후 서강대로 돌아갔다.
 
박시환(사법시험 21회) 전 대법관과 양창수(사법시험 16회) 전 대법관 또한 퇴임 후 개업하지 않고 각각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후학을 양성 중이다. 지난 2월 19일 퇴임한 신영철(사법시험 18회) 전 대법관도 단국대 교수로 취임했다.
 
2012년 7월 퇴임한 전수안 전 대법관은 퇴임 당시 변호사 개업 포기를 선언하고 변호사로 등록조차 하지 않은 상태다.
 
◇'개업 쏠림' 헌법재판관 출신 더 두드러져 
 
◇2000년 이후 퇴임한 헌법 재판관 소속현황(자료=뉴스토마토)
 
개업 쏠림 현상은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경우 더욱 두드러졌다. 2000년 이후 퇴임한 전직 재판관 중 사망 1명을 뺀 22명 가운데 변호사로 개업한 전 재판관은 총 19명이었다. 
 
김경일(사법시험 8회), 한대현(고시 15회), 고중석(고시 14회) 전 재판관 등 3명은 휴업을 한 상태지만 재판관 퇴임 후 변호사로 개업했다. 
 
2000년 9월 퇴임한 정경식(사법시험 1회) 전 재판관은 법무법인 김·신·유 고문변호사로 개업했다가 현재는 법무법인 청목 고문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같은 때에 퇴임한 신창언(사법시험 3회) 전 재판관도 변호사로 개업해 법무법인 남부제일에 소속되어 있다. 
 
변호사 출신으로 2004년 1월 퇴임한 하경철(고시 12회) 전 재판관은 임기를 마친 뒤 법무법인 동서양재에서 개업해 현재까지 활동 중이다. 
 
그 뒤를 이어 퇴임한 김영일(사법시험 5회), 주선회(사법시험 10회) 재판관도 개인 개업해 사무소를 운영해오고 있다. 
 
전직 재판관 중에는 대형로펌으로 들어간 사람도 적지 않다. 권성(사법시험 8회) 전 재판관은 퇴임후 미국 델라웨어대 교환교수로 갔다가 2007년 부터 1년 동안 법무법인 대륙의 고문변호사로 활동했다. 이어 언론중재위원장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을 거쳐 현재 개인 개업 상태다.
 
김효종(사법시험 8회) 전 재판관은 2006년 9월 퇴임한 뒤 법무법인 한승 고문변호사로 영입됐다가 2009년부터 현재까지 법무법인 충정 고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2011년 3월 퇴임한 이공현(사법시험 13회) 재판관은 법무법인 지평 대표로, 같은해 7월에 퇴임한 조대현 재판관은 법무법인(유) 화우 대표로 각각 근무 중이다.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인 조 전 재판관은 법원행정처 실장을 끝으로 화우에 영입됐다가 헌법재판관으로 취임했으며, 퇴임 후 다시 화우로 복귀한 케이스다.
 
◇조대현·목영준 전 재판관 등 대형로펌으로 
 
2012년 9월에 함께 퇴임한 목영준(사법시험 19회) 재판관은 김앤장 법률사무소로 영입돼 사회공헌위원장과 변호사를 겸임하고 있다. 민형기(사법시험 16회) 전 재판관 역시 퇴임 후 법무법인(유) 로고스의 상임고문으로 영입됐다. 
 
중견로펌 대표나 고문변호사로 영입된 전 재판관들도 있다. 송두환(사법시험 22회) 재판관은 2013년 3월 퇴임한 뒤 1997년 대표를 맡았던 법무법인 한결로 돌아가 대표로 활동하고 있으다. 
 
2012년 9월 퇴임한 김종대(사법시험 17회) 전 재판관은 법무법인 국제 고문을 맡고 있으며, 함께 퇴임한 뒤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올랐다가 활동비 유용 의혹 등으로 낙마한 이동흡(사법시험 15회) 전 재판관은 서울지방변호사회의 등록거부 등 진통을 겪었으나 최근 변호사로 개업하고 이번 달부터 법무법인 우면 대표 변호사로 근무하고 있다. 
 
2005년 6월 퇴임한 이상경(사법시험 10회) 전 재판관도 퇴임 뒤 법무법인 이후 변호사로 개업했다가 이우와 법무법인 두우가 합친 법무법인 두우&이우에서 고문을 맡았다. 현재는 법무법인 원전의 대표 변호사다.
 
◇변호사 활동 않는 전직 재판관 3명뿐 
 
개업후 본격적인 변호사 생활을 하지 않은 전 재판관은 3명 뿐이다. 보장된 임기를 마치기 전인 2010년 2월 퇴임한 김희옥(사법시험 17회) 전 재판관은 모교인 동국대 총장을 역임하고 최근 퇴임했다. 김 전 재판관은 현재 개업하지 않은 상태로 지난해부터 제14대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초의 여성 헌법재판관인 전효숙(사법시험 17회) 전 재판관은 2006년 9월 퇴임한 직후 모교인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갔다가 2012년 법학전문대학원장으로 취임했다.
 
전 전 재판관과 함께 퇴임한 송인준(사법시험 10회) 전 재판관은 변호사로 개업했으나 곧 아시아투데이 회장으로 취임해 활동 중이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최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