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개장 전 SK와 SK C&C의 합병 결의 공시가 나온 직후 두 종목의 주가는 한때 각각 8%, 7% 이상 급등했지만 하락세로 전환한 뒤 급락 마감했다.
김영우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갑자기 합병 공시가 나오면서 투자자들이 잠시 혼란에 빠졌던 것 같다"며 "막연히 '주주 가치가 제고되지 않을까'하는 심리에 장 초반 잠깐 매수세가 몰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SK의 경우 그동안 지배구조 이슈에 짓눌려 저평가 받았다는 인식도 일시적 주가상승에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두 종목의 주가는 연초 이후 꾸준히 합병설이 돌면서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최대주주 지분율이 미미한 SK는 지난 한 달간 8% 넘게 하락했다. 합병 불확실성은 이달까지도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던 상황이다.
반면 SK C&C는 지배구조 개선의 최대 수혜주로 부각될 것이란 기대감에 힘입어 지난달부터 상승세를 이어왔다. 지난 한 달간 주가는 11.3% 오른 바 있다. 증권가에서도 합병 결정이 구체적으로 나오기 전까지 매수 후 보유 전략을 추천했다.
그러나 정작 합병 공시가 나오자, 장 초반 잠깐 올랐던 SK와 SK C&C의 주가는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보합권에서 움직였던 SK는 전 거래일 대비 2000원(1.14%) 내린 17만4000원에 장을 마쳤다. SK C&C는 6000원(2.53%) 하락한 23만1500원으로 마감됐다.
SK C&C의 경우 그동안 강세를 이끈 인수합병(M&A) 재료가 완전히 노출되면서 쏟아진 차익 실현 매물이 주가 하락을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두 종목의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중장기 관점에서 긍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합병 법인은 밸류에이션 고평가 부담에서 벗어나게 되고, SK의 풍부한 현금 흐름을 통해 비유기적 성장(inorganic growth)세를 강화할 수 있다"며 "합병 법인을 지주사 최선호 종목으로 유지한다"고 말했다.
박중선 키움증권 연구원도 "SK C&C는 기존 최대주주 지분율이 30%가 넘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었지만, 이번 합병을 통해 규제를 피하게 됐다"며 "기존 사업이나 신규 사업 추진 시 그룹으로부터의 수혜를 더 누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단기적으로 SK C&C의 주가는 차익 매물 탓에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늘을 포함해 단기적으로 차익 매물이 나올 수 있다"며 "주가 향방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