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째 인천국제공항에서 시설관리직으로 근무 중인 A 씨는 만년 단기계약직이다. A 씨는 공사가 아닌 하청업체에 간접고용 형태로 소속돼 있는데, 공사가 1~2년마다 직원들을 놔두고 업체만 바꿔버리는 바람에 업체가 바뀌면 다시 근로계약을 맺어 신입사원이 돼버리기 때문이다.
인천공항에서 A 씨 같은 간접고용 근로자는 전체 근로자의 9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비정규직 보호법)’ 제4조 2항은 ‘2년을 초과해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제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인천공항의 사례처럼 2년이 경과하기 전 새 업체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게 되면 평생 일해도 무기계약 요건을 충족하지 못 하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조건에서는 노동조합 결성과 임금단체교섭권 행사도 불가능하다. 기본적으로 근로자들은 인천공항공사가 아닌 하청업체 소속이기 때문에 한 번 노조를 결성한다고 해도 업체가 바뀔 때마다 매번 노조를 새로 만들어야 하고, 교섭권 또한 공사가 아닌 하청업체를 상대로만 해야 유효하다.
A 씨는 “우린 호봉이란 것이 없기 때문에 새로 들어온 용역업체가 근로계약 때 경력을 배려해주지 않으면 10년을 일해도 연봉이 변하지 않는다”며 “심지어 신입사원이 당직 몇 번을 서니 7년차 직원보다 월급을 많이 받는 경우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하청업체를 통한 간접고용 사례는 2007년 비정규직 보호법 제정 후 우후죽순처럼 늘어났다. 기업들의 입장에서 간접고용은 무기계약 걱정 없이 평생 근로자를 ‘저임금 단기계약직’으로 부릴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비정규직 보호법에 따른 부작용이 10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고, 간접고용의 폐해가 국정감사 때마다 단골메뉴로 지적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개선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당내 을지로위원회를 통해 간접고용을 규제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기업들과 새누리당의 반대에 막혀 사실상 입법이 중단된 상황이다.
차선책으로 새정치연합은 간접고용 근로자들에게 원청업체와 직접교섭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내놨지만, 이 역시 처리 전망은 불투명하다.
새정치연합 을지로위원장인 우원식 의원은 “비정규직 보호법이 통과되면서 직접고용으로 2년 이상 두면 무기계약으로 전환시켜줘야 하는데, 그걸 피하려고 직접 간접고용을 하는 것”이라며 “매년 사람들을 새로 입사시키는 형태다. 법을 피해가려는 용도로 확산된 게 간접고용”이라고 지적했다.
우 의원은 이어 “처음엔 간접고용 자체를 근절하려고 했는데, 새누리당이 노골적으로 반대하는 바람에 무산됐다”며 “이번 임시국회에선 하청업체 용역근로자 노조와 원청업체 간 직접교섭이 가능하게 하는 법을 추진하고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도 새누리당이 반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지영 기자(jiyeong8506@etomato.com)
지난 16일 오후 서울 강서구 화곡동 KBS스포츠월드 체육관에서 열린 한국노총 전국단위노조대표자회의 및 총력투쟁 출정식에 참석한 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자료사진)./ 사진 New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