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의 모 의원은 내년 총선에서 걱정이 없다더라. 그 사람이 여당의 핵심 정책들을 도맡아 추진했는데, 경선에서 떨어뜨려버리면 그 정책들이 실패했다는 걸 자인하는 꼴이니. 그래서 당 지도부에서 ‘자네 같은 사람을 키워주는 게 우리 당한테도 도움’이라고 말했다더라.”
말하기 좋아하는 정치꾼들의 흔한 남 이야기였지만, 새정치민주연합 강기정 정책위의장은 흘려 넘길 수 없었다. 아무리 일을 잘하고 좋은 정책을 많이 만들어도 ‘줄타기’에 실패하거나 계파싸움에서 밀리면 다음 총선에서 공천을 장담할 수 없는 곳이 새정치연합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탄생한 정책이 ‘국민밥상(賞)’이라는 이름의 당내 포상제도다. 당의 ‘유능한 경제정당’ 표어에 부합하는, 또는 국민 생활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을 발굴한 의원들을 매달 한 명씩 선정해 포상하는 이 제도는 최근 당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시행을 앞두고 있다.
포상의 방법도 다양하다. 새정치연합은 수상자가 제안한 정책을 당보에 개제하고, 트위터 등 SNS를 통해 홍보할 방침이다. 또 수상자의 의견을 반영해 수상자의 지역구에 당대표 명의로 축하 현수막을 매다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수상자와 정책을 알린다는 계획이다.
강 의장은 “좋은 정책을 발굴해 알리는 것이 최고의 총선 전략이다. 난 아직도 지역구에 가면 참여정부 시절 통과시켰던 기초노령연금을 자랑하고 다닌다”며 “특히 이렇게 당이 좋은 인재들을 키워주고 밀어주면 자연스럽게 당에 대한 충성도도 높아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엄격하고 객관적인 심사기준 마련이다. 국민밥상은 ‘합법적인 공천 줄 세우기’인 만큼, 공정성이 무너지면 지금보다 더한 세력다툼을 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새정치연합은 현직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전문위원은 물론 당직자와 보좌진, 외부 정책전문가, 언론인을 망라하는 심사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다. 또 수상 대상자가 없는 월에는 시상을 하지 않거나 수상자를 복수로 선정하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책위 관계자는 “심사위원을 누구로 할 것인지, 몇 명한테 국민밥상을 줄 것인지, 심사기준을 어떻게 할 것인지 세부 절차를 준비 중”이라며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다. 아마도 다음달 중에는 모든 것이 확정돼 1차 선발까지도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책회의가 열린 지난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회의실에서 강기정 정책위의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