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배우 김여진의 트위터에 “같이 촛불선동도 못 해줄 거면서 4대강 반대는 왜 합니까? 부엉이바위에서 뛰어내리세요”, “여당 정책은 지지 안 하는데 투표할 때에는 2번 찍어요”, “단역배우면서 주제넘은 발언 사과드립니다. 못 배워서 그래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트위터는 김여진을 사칭한 누리꾼의 계정이었다. 이후 엑소 찬열, 블락비 피오, 배우 김윤진, 비스트 양요섭, 방송인 하하 등 수많은 연예인들이 SNS 사칭의 피해자가 됐다.
SNS 사칭 대상은 연예인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외교통상부는 물론, 최근에는 블룸버그통신을 사칭한 트위터 계정으로 인해 트위터 주가가 급등락하는 촌극이 빚어지기도 했다.
인스타그램 등 SNS 종류가 늘면서 그 피해도 확산되는 추세다. 타인의 SNS에 게재된 노출사진 등을 자신의 SNS 프로필사진으로 걸어놓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지난해 한국정책연구원 윤해성·박성훈 연구팀이 내놓은 ‘SNS 환경에서의 범죄현상과 형사정책적 대응에 관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1000명 중 43명이 SNS 사칭 피해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문제는 형법상 사기죄나 명예회손, 모욕 등으로 인한 2차 피해가 없을 경우 사칭행위 자체는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개인정보 보호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에 따른 처벌 요건도 ‘동의 없는 업무·영리 목적의 개인정보 수입·이용’이나 ‘음란물 배포·전달’ 등 일부 행위에 한정된다.
이에 새정치연합 황주홍 의원은 최근 ‘다른 사람의 동의를 받지 않고 그 사람의 성명·명칭·사진·영상 또는 신분 등을 자신의 것으로 사칭하는 내용의 정보’를 정보통신망에서 유통이 금지되는 불법정보로 규정하는 내용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타인을 사칭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황 의원은 “2차 피해가 없는 경우에도 정보통신망에서의 타인 사칭은 그 자체로 피해자의 인격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또 피해자의 신용과 인간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고, 사이버 공간에서 불신을 조장할 수 있어 이를 범죄로 규정할 실익이 있다는 지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새정치민주연합 황주홍 의원(자료사진).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