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노동개혁 논란)임금피크제, 과연 일자리 늘어나나

제도 도입 기관 미도입 기관보다 신입사원 채용률 낮아
"26조 절감? 재계, 통상임금 논란 때에도 추계 과장"

입력 : 2015-08-19 오전 11:15:25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최대 쟁점인 임금피크제의 기대효과가 지나치게 과장됐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향후 5년간 26조원의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재계의 추계는 물론, 절감분만큼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우선 정부는 모든 공공기관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2년간 8000명의 청년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임금피크제 도입 여부와 시기를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반영하는 내용의 추진계획을 확정하면서 공공부문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이는 청년 체감실업자가 100만명을 넘어서는 상황에서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민간부문이다. 정부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될 경우 노동조합의 동의 없이도 취업규칙을 변경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지침을 준비 중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6월 보고서를 통해 내년부터 정년이 60세로 연장됨에 따라 2020년까지 기업들이 추가 부담할 인건비가 107조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신 기업들이 55세 임금을 기준으로 매년 10%씩 임금을 낮출 경우 앞으로 5년간 인건비 추가부담액이 25조9100억원 절감되고, 이를 통해 정규직 노동자 31만3200명을 추가 채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원사들의 회비로 운영되는 민간연구소다.
 
반면 임금피크제 도입은 신규 채용과 무관하다는 반론도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우원식 의원이 국회 입법조사처로부터 제출받아 14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을 제외하고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관이 도입하지 않은 기관보다 신입사원 채용률이 낮았다. 임금피크제 도입이 일자리 확충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 조사는 임금피크제 도입 기관을 포함해 무작위로 선정된 48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임금피크제를 통해 연평균 5조원 이상의 인건비가 절감될 것이라는 전망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방하남 한국노동연구원장(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2010년 공동집필한 ‘한국 베이비붐 세대의 근로생애 연구’에 따르면 정년 이전에 퇴직하는 노동자는 전체 노동자의 67.1%에 달한다. 뒤집어 보면,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은 전체 노동자의 3분의 1에 불과하다는 말이 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한정애 의원은 “대기업 평균 근속연수가 9.7년밖에 되지 않는다. 사무직들은 말할 것도 없고, 생산직 노동자들도 구조조정에 따른 명예퇴직과 강제적 희망퇴직으로 정년을 보장받지 못 하는 경우가 많다”며 “지난번에도 재계에서는 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면 30조원이 더 들어간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론 추계가 과장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한 의원은 이어 “신규 채용도 일자리가 있어야 가능하다. 생산라인 증설과 서비스산업 투자로 일자리를 늘리고,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도 개선해나가야 한다”며 “투자 여력을 사내유보금으로 묶어두고 임금피크제로 일자리를 만든다는 건 여론 호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대표들과 새정치민주연합 은수미 의원이 지난 4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정부의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추진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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