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첫 강간미수 재판 받은 여성 무죄

"내연남 진술 신빙성 없어" 배심원 전원 일치로 무죄

입력 : 2015-08-22 오전 10:03:48
내연남을 성폭행하려 한 혐의로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기소된 전모(45·여)씨가 무죄를 선고받고 석방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재판장 이동근)는 22일 전씨의 강간미수 등 혐의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전원 만장일치로 평의·평결한 무죄 판단을 존중한다"며 전씨에게 이 같이 선고했다.
 
2시간이 넘는 평의 끝에 배심원 9명 전원은 전씨에 대한 모든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이 사건의 가장 중요한 직접 증거가 내연남 어모(51)씨의 진술이라고 판단하고 그 진술에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어씨가 전씨로부터 죽음의 공포를 느껴 소변을 보고 전씨가 휘두른 쇠망치에 맞을 때도 이 같은 공포심을 느꼈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머리에 피가 나고 상해를 입은 상태에서도 전씨의 피를 닦아주고 대일밴드로 치료를 해준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전씨가 서서 앉아 있는 어씨의 머리를 향해 망치로 찍은 상처가 2주의 깊지 않은 상처였다는 점과 수면제를 복용하고서도 잠에서 깨 당시 상황을 기억하고 몸을 움직이는 점 등도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한다는 주문을 읽자 전씨와 변호인은 눈물을 터뜨렸다.
 
이날 검찰은 "전씨가 어씨에게 수면제를 먹인 다음에 노끈으로 어씨의 손발을 묶고 성관계를 시도하려 했고 어씨의 머리를 향해 쇠망치로 내치렸다는 점 등이 객관적인 증거로 입증됐다"면서 "그럼에도 전씨는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외려 어씨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해 어씨와 가족에게 큰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며 징역 4년 6개월을 구형하고 재판부에 치료감호도 요청했다.
 
반면, 변호인은 배심원들을 향해 "합리적인 의심이 하나라도 든다면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며 어씨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협박과 집착 탓에 전씨를 피하려 했다는 어씨가 사건 당시 먼저 전씨에게 전화를 하고 죽을 사다주기 위해 왕복 20여분이 넘는 거리를 다녀왔다는 것이다.
 
수면제는 전씨도 어씨와 함께 복용했으며, 어씨의 손발을 노끈으로 묶은 점에 대해선 동의 하에 이뤄진 것이고 둔기를 휘두른 건 어씨의 폭행에 대한 정당방위라고 주장했다.
 
녹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선 전씨는 최후진술에서 "처음에 우려했던 바가 현실로 다가왔다"면서 "부족한 나로 인해 많은 분들이 시간을 써줘서 감사하고 고맙다"고 말했다.
 
앞서 전씨는 4년여 동안 교제했던 유부남 어씨가 이별을 통보하자 "마지막으로 한 번만 만나자"며 집으로 끌어들이고, 어씨에게 수면유도제인 졸피뎀을 먹여 손발을 묶은 뒤 성관계를 시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잠에서 깨 결박을 풀고 도망치려 한 어씨의 머리를 둔기로 내려쳐 상처를 입힌 혐의도 추가됐다.
 
2013년 6월 강간죄의 피해 대상을 기존 '부녀'에서 '사람'으로 확대한 개정 형법이 시행된 이후 여성 가해자가 재판에 넘겨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사진 / 뉴스토마토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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