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ELS 기초자산서 H지수 제외

증시 급락에 손실 가능성 높아져…당국, H지수 쏠림 현상 경고음

입력 : 2015-09-07 오후 3:27:52
최근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이하 H지수)가 급락하면서 이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의 손실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ELS 상품 중 H지수의 쏠림현상이 심화되면서 증권업계에서는 H지수를 기초자산에서 제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빠르면 이번주부터 ELS 신규상품에서 H지수를 제외할 방침이다. 이날 ELS 상품을 출시한 일부 증권사들은 H지수를 제외한 S&P500 지수나 EuroSTOXX50 지수를 대신 사용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난주 증권사 ELS 상품 담당자들이 모여 H지수 사용에 대한 논의를 했다”며 “당국의 특별한 지침이 없다면 늦어도 다음주에는 H지수를 당분간 사용하지 않는 방안에 합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H지수는 올해 5월26일 1만4962.74p에서 하락을 거듭해 9월4일에는 9169.59p까지 떨어졌다. 지난 3개월간 무려 38.7% 하락하면서 ELS 원금손실(Knock-In, 녹인)이 우려되고 있다.
 
평균적으로 ELS 상품의 녹인 기준은 50~60%, 조기상환은 85~90%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는 H지수가 반영된 ELS 상품의 조기상환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고점이었던 1만4000p에서 60% 녹인 조건이라면 H지수가 8000p대로 하락할 경우 손실 구간에 들어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H지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국 증시가 최근 하락세를 보이면서 ELS 상품의 손실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금융당국이 H지수에 대한 쏠림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점도 이같은 전망에 무게를 싣는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H지수를 기초로 하는 파생결합증권 잔액은 올해 6월 말 기준 36조3000억원으로 전체 발행잔액 94조4000억원의 38.5%를 차지하고 있다.
 
이형주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은 “H지수 쏠림현상에 대한 리스크가 확대되는 경우 해당 지수를 기초로 한 ELS 발행을 6개월 등 일정기간 동안 제한하는 방안도 추진할 수 있다”며 “아직은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단계여서 직접 개입 보다는 업계에 쏠림현상에 대한 위험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H지수 제외 움직임에 대한 반론도 있다.
 
중소형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대형 증권사의 경우 손실 가능성이 높지만, 중소형의 경우 그 수준은 아니다”라며 “업계 차원의 움직임이 있는 만큼, 일단 H지수를 기초로 한 ELS 상품 규모를 줄이거나 한도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중호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아직까지 녹인을 우려할 만한 위험성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감정적인 대응보다는 위험의 정도와 규모를 직시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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