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째 국세청 고액체납자 명단에 꾸준히 오른 정보근(45) 전 한보철강공업 대표가 법원에 출국금지를 풀어달라고 소송을 냈다가 패소했다.
정 전 대표는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증여세 639억원, 기타 국세 390억여원을 체납해 국세청이 매년 공개하는 개인 고액·상습체납자 명단에 4번째로 올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김병수)는 정태수(92) 전 한보그룹 회장의 3남인 정 전 대표가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낸 출국금지기간 연장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정 전 회장과 4남인 한근씨는 한보그룹 부도 이후 막대한 재산을 은닉해 해외로 도피시킨 것으로 보이고 정 전 대표는 이 과정에 직접 관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정 전 대표가 해외로 출국해 아버지와 동생을 접촉할 경우 그들 또는 자신의 은닉 재산을 해외로 도피시킬 방안을 물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정 전 대표는 거액의 국세를 체납하면서 아버지가 체류했던 카자흐스탄, 동생이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미국을 63일간 방문하면서도 방문 목적을 객관적으로 입증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면서 "정 전 대표의 해외 방문이 재산 도피를 목적으로 했던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판시했다.
또 "정 전 대표가 한보그룹 부도 이후 현재까지 18년 가까운 기간 동안 자진납부한 세금은 770만여원에 불과하다"며 "정 전 대표의 준법의식과 납세의지는 결코 높은 수준으로 보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출입국관리법상 출국금지를 위해서는 체납자가 재산을 해외로 도피시킬 '우려'가 있으면 충분하고 체납자가 강제집행을 피해 재산을 해외로 도피시킬 것이 확정적으로 증명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법무부는 지난 2013년 6월 국세청의 요청에 따라 정 전 대표에 대해 2013년 6월~2013년 11월까지 출국금지처분을 한 이후 만료일마다 6개월씩 기간을 연장해 오다가 지난 5월 한차례 더 연장했다. 이에 불복한 정 전 대표는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