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이 2일이나 앞당겨 확정고시된 것에 대해 국민 의견수렴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이 교육부를 상대로 국민의견 검토 근거를 공개하라고 청구했다.
민변은 3일 "입법예고 찬반의견을 검토한 문서가 있는지 공개하라는 정보공개 청구를 오늘 오전 교육부에 냈다"고 밝혔다.
민변 관계자는 "교육부는 입법예고기간이 끝나자마자 바로 다음날 확정고시를 했는데 그 짧은 시간 동안 47만명의 의견을 다 검토하는 것이 가능한지 의문"이라며 "사실상 국민 의견을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검토했다면 그 근거 문서를 공개하라는 것이 이번 청구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답변을 기다려 보겠지만 정보공개를 거부할 경우 정보공개청구 소송을, 불충분한 검토가 확인될 경우에는 확정고시 무효확인 소송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정보공개 청구를 받은 공공기관은 청구를 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답변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민변은 이번 사안이 사안인 만큼 조속한 답변을 교육부에 촉구했다.
교육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방안을 발표하고 지난 달 12일부터 이날까지를 입법예고기간으로 정해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이 기간 동안 총 47만3880명이 의견을 냈으며 이 중 반대의견은 32만1075명으로, 찬성의견 15만2805명의 두 배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 국민 의견을 무시한 정책강행이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확정고시 시점을 서둘러 앞당긴 것도 논란거리다. 교육부는 당초 확정고시를 오는 5일로 정했으나 이틀 앞당겼다.
이에 대해 황우여 교육부총리는 "당초 교육부 실무선에서 관보 게재 문제를 이유로 5일 정도에 하는 게 좋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그러나 관보 게재 문제가 해결됐고 행정예고 기간에 충분한 의견 검토를 했기 때문에 조속히 매듭짓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국민 의견 검토 과정에 문제가 발견되면 중대한 절차 위반으로 확정고시는 무효가 되고 절차에 따라 입법예고를 다시 해야 한다.
3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중, 고등학교 역사교과서 국정화 발표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