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약 독점권, 나눠먹기로 퇴색

입력 : 2015-12-28 오전 6:00:00
오리지널약의 특허를 깨고 복제약의 시판 시기를 앞당긴 후발 제약사에 일정 기간 동안 복제약 독점판매권 혜택을 주겠다는 제도가 사실상 시장 나눠먹기식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27일 의약품 특허조사업체인 코아제타의 GLAS데이터에 따르면 올해에 1963건의 의약품 특허소송이 제기됐다. 전년(247건)비 8배 정도 소송 청구 건수가 폭등했다.
 
올해 소송이 몰리는 이유는 지난 3월 새롭게 시행된 복제약 독점권(우선판매품목허가) 때문이다. 복제약 독점권은 오리지널약의 특허를 깬 후발 의약품에 9개월 동안 독점판매 권한을 부여하는 제도다. 오리지널약을 상대로 특허도전을 독려하고 복제약 시판 시기를 앞당기겠다는 취지다.
 
제약사들은 독점권을 받기 위해 2030년까지 특허가 남은 오리지널약에도 미리 특허소송을 청구했다. 의약품은 환자의 병세에 변화가 없는 한 한번 처방한 약물을 좀처럼 바꾸지 않은 특성을 보인다. 이런 연유로 초반 시장 선점은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친다. 독점권을 부여받으면 9개월 먼저 시장 선진입이 가능해 영업전에서 유리하다.
 
문제는 독점 지위를 주겠다는 제도가 나눠먹기식으로 퇴색되고 있다는 점이다. 독점권을 받기 위해선 가장 먼저 특허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단 최초 소송일을 기준으로 14일 이내 접수한 제약사들도 대상에 병합된다. 일단 첫 소송이 접수되면 후발 제약사들이 대거 소송에 합류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100건 이상 소송이 접수된 오리지널약 중에서 항혈전제 '브릴린타'에는 44개사, 고혈압치료제 '트라젠타'와 '트라젠타듀오'에는 각 32개사와 35개사, 당뇨치료제 '포시가'에는 32개사, 당뇨치료제 '직듀오서방정'에는 31개사, 과민성방광치료제 '베타미가서방정'에는 24개사가 소송을 청구했다. 이들은 특허권자를 상대로 최종 승소하면 독점권 대상이 된다.
 
보통 500억원대 이상의 대형 오리지널약이 특허가 만료되면 30개사에서 많게는 60개사가 복제약을 발매한다. 독점권 부여 조건이 14일로 길어 독점권을 받아도 혜택이 많지 않다는 설명이다. 독점권 1호인 고혈압치료제 '아모잘탄'의 경우 13개사가 독점권을 받아 10개사가 6월에 제품을 발매했다. 하지만 11월까지 6개월 동안 각사의 처방액은 1억원도 미치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독점권 부여 조건이 14일로 길어 독점권을 받아도 이익을 공유하는 구조"라며 "14일의 기간을 단축하는 등 후발업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최원석 기자
최원석기자의 다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