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소영 "이혼 안한다"…역풍 맞은 최태원 회장

'유책주의' 따라 소송 내도 패소 가능성 커
전문가들 "협의 이미 실패한 듯…조정신청 유력"

입력 : 2015-12-29 오후 5:43:06
최태원 SK 회장이 이혼 의사를 분명히 밝힌데 대해 부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이혼 불가' 입장을 밝혀 향후 법적 진행절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결론적으로는 노 관장이 주도권을 쥐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 관장은 29일 최 회장의 이혼 결심 발표 이후 언론을 통해 "모든 것이 내가 부족해서 비롯됐다"며 "가장 큰 피해자는 내 남편"이라고 밝혔다. 또 노 관장의 지인은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노 관장은 혼외 자식을 직접 키울 생각까지 하면서 남편의 모든 잘못을 자신의 책임으로 안고 가족을 지키려 한다"고 말했다.
 
노 관장이 침묵을 깨고 이같은 입장을 밝히면서 결과적으로 최 회장은 역풍을 맞게 됐다. 최 회장은 이날 <세계일보>를 통해 심경을 밝히면서 혼인 중 불륜관계와 혼외자의 존재를 고백했다. 민법상 정한 가장 직접적인 이혼사유다.
 
그러나 우리나라 법원은 이혼에 대해 유책주의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는 사람이 청구하는 이혼을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대법원은 지난 9월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이 같은 입장을 재확인했다.
 
물론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유책 배우자가 이혼을 청구할 때 책임을 면할 수 있을 정도로 상대 배우자와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뤄졌거나 세월이 흘러 쌍방 책임의 경중을 따지는 것이 무의미하게 됐을 경우 등에 한해 이혼 청구를 허용한다는 예외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문제는 최 회장의 경우가 이런 예외 사항에 해당되는 것이냐는 대목이다. 가사소송 전문가들은 대부분 회의적인 입장이다.
 
우선 최 회장 스스로 밝힌 바대로 혼인 파탄에 대한 직접적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는 점이다. 둘째는 노 관장의 의사다. 그는 이혼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히면서 혼외자까지 직접 양육할 의사도 내비쳤다. 혼인관계를 끝까지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면 두 사람이 이혼할지 여부는 노 관장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
 
이혼을 결심한 최 회장으로서는 법원에 이혼 조정을 신청하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 조정은 당사자들이 법정에 출석할 필요 없이 대리인을 통해 진행된다. 게다가 비공개로 진행되기 때문에 재벌가 이혼에서 많이 쓰이는 소송전략이다. 그러나 조정이 결렬되면 재판상 이혼으로 넘어가게 된다. 조정 역시 재판 중 신청이 가능하지만 양측의 의견이 좁혀지지 않는다면 다시 재판을 열게 된다. 결국 재판이 종국적인 이혼 방법이지만 유책주의 원칙상 혼인 중 아이까지 얻은 최 회장이 승소할 가능성은 적다.
 
가사전문인 김수진 변호사는 "지금까지 공개된 사항만으로 보면 최 회장의 외도에 준하는 혼인파탄의 책임이 노 관장에게도 있을 것인가가 이혼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혼인관계가 완전히 파탄났는지 여부도 문제다. 최 회장은 “10년 넘게 별거해왔다”며 “노 관장과의 관계를 잘 마무리하려 한다”고 말해 사실상 혼인관계가 끝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 관장은 최 회장의 허물을 끌어 안으면서 끝까지 가족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내비쳐 혼인이 파탄됐다는 최 회장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재산분할이나 자녀 문제도 구체적으로 따지기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진단이 많다. 두 문제 모두 이혼이 성립되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 두 사람이 언론을 통해 심경을 전격 공개한 배경에 대해서는 이미 이전에 상당한 물밑 협상이 있었지만 결국 결렬됐을 거라는 진단이 우세하다. 특히 최 회장이 자신의 약점을 모두 공개한 것을 두고는 이혼 소송에서 노 관장이 강력한 카드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미리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
 
재벌가 가사소송을 자주 맡아 온 변호사 등 복수의 가사전문변호사는 "이혼문제에 관해서는 배우자 서로가 강약점을 모두 파악하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라며 "최 회장과 노 관장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SK최태원 회장과 아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사진/뉴스1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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