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001520)이 빠르면 내달초 법정관리에서 졸업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양은 최근 채권단과의 만남에서 올해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밝혔다. 다만, 배당 규모에 있어서는 양측이 이견을 보였다.
지난 22일 동양 측은 김대성 동양그룹 채권자 비대위 수석대표 등 채권단과 향후 경영 방향에 대한 논의의 자리를 가졌다.
이날 채권단은 동양의 올해 배당 규모, 자사주 매입 계획 등 향후 경영방침에 대해 질의했다.
동양 사태는 지난 2013년 9월말 동양그룹이 계열사 증권을 통해 4만여명의 개인투자자들에게 기업어음(CP)과 회사채를 불완전판매를 해 경제적 피해를 입힌 사건이다.
김용건 동양 대표가 22일 소액주주와의 만남에서 향후 경영계획에 대해 밝히고 있다. 사진/김대성 동양그룹 채권자 비대위 수석대표
김용건 동양 대표이사는 “조만간 법원에 법정관리 종결신청을 할 계획이며, 빠르면 다음달 설 연휴(2월5일) 전에 법정관리에서 졸업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김용건 대표는 “배당은 시가의 약 4%인 주당 100원 기준으로 240억원, 자사주 매입은 1000억원을 계획하고 있다”며 “시기는 지난해 회계결산이 마무리되는 4월 이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권단은 배당의 경우 시가의 5% 수준, 자사주 매입은 2000억원 규모를 요구했다. 이에 김 대표는 “배당가능이익은 최대 2500억원이지만,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다 쓰면 회사가 발전하는 데 투자할 자금이 부족해진다”며 “시가 5% 수준의 배당은 검토하겠으며, 다만 배당과 자사주 매입은 이사회의 결의가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또한 김 대표는 사옥 매입과 관련한 입장도 밝혔다. 동양은 법정관리 이후 동양매직과 동양시멘트를 매각하면서 7000억원이 넘는 채무를 모두 청산하고도 5000억원 규모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일부 기업에서 동양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데, 인수기업에서 동양의 5000억원 규모 현금을 빼가고 알짜 사업부를 분리 매각하는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며 “현재 사옥이 없는 상황도 고려해 사옥매입을 추진했지만 일단 유보하고 좀 더 시장 분위기를 알아보는 걸로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2013년 10월 동양 사태 피해자들이 금융감독원 앞에서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사진/뉴시스
한편, 이날 김대성 비대위 대표는 “동양 사태는 경영진의 부도덕성과 법령 미비, 감독기관의 직무유기가 결합되면서 발생했다”면서 “피해자들이 양보하지 않았다면 동양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는 점을 고려해 피해자들이 두 번 다시 눈물 흘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소액주주도 “일반적인 예적금 상품으로 권유받고 동양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입었다”며 “솔직히 청산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피해자들의 손실을 조금이라도 만화할 수 있도록 회사 측에서 주가부양에 신경써달라”고 주문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